泰 선관위 “여당 해산”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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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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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 유용혐의… 헌재 확정땐 조기총선 불가피
오늘부터 사흘간 신년축제
유혈사태 일단 ‘숨 고르기’
정부, 괴한 총기난사 진상조사

10일 태국 정부와 시위대의 무력충돌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 만에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이끄는 여당의 해산을 요구해 태국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태국의 중앙선관위는 12일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유용 혐의가 인정된다며 해산을 권고했다. 이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지만 아피싯 총리의 퇴진을 요구해 온 반정부 시위대의 잠재적 승리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 선관위, 여당 해산하라…조기 총선설 부상

태국 정부와 집권 여당 내에서도 정정불안 해소를 위해 6개월 내에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날 태국 군부 실세인 아누뽕 빠오친다 육군참모총장도 “현재의 정정불안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의회는 해산해야 하며 총선 실시 시기는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親)탁신 시위대는 집권 민주당이 2005년 선거 당시 기업체에서 800만 달러를 받아 불법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선관위에 고발했었다. 선관위는 당초 20일로 예정된 발표를 일주일 앞당겨 이날 조사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태국 선거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여당의 해산을 명령하면 새로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헌재는 2007년 5월에도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창당한 타이락타이(TRT)가 조기 총선에서 선거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정당 해체와 함께 탁신 등 TRT 간부 111명에 대해 5년간 정치활동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정부 대변인은 “아직 10월 선거에 대한 논의가 없다”며 조기 총선설을 부인했다. 아피싯 총리는 이미 3월 말에 시위대에 1년 9개월 남은 임기 중 1년을 반환하고 올해 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 정부, “테러범들이 개입했다”…시위 숨고르기

태국 정부는 1992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된 10일 무력충돌 상황에서 신원 불명의 괴한들이 군경과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아피싯 총리는 12일 “태국 사회에 소요를 일으키려는 테러범들이 시위대를 이용했다”며 “무고한 시민과 테러범들을 구분해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텝 트악수반 안보담당 부총리도 “총기를 든 사람들이 시위대에 섞여 있다가 군경과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했다”고 말했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실제로 시위 취재 방송사의 카메라에는 빨간 옷을 입고 군경과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쏘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반면 시위대 지도자 낫타웃 사이꾸아 씨는 시위대가 총을 발사했다는 정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시위대를 향해 유탄이 무차별로 발사됐지만 군경들이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3∼15일 신년축제인 송끄란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유혈사태 발생 직후 정부와 시위대는 한발 물러나 숨을 고르는 양상이다. 시위대는 사망자 14명의 시신이 든 관을 앞세우고 연휴 기간에 방콕 시내를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통신 영상기자였던 일본인 무라모토 히로유키(村本博之·43) 씨가 10일 밤 시위현장에서 총격을 받고 숨진 데 대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태국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같은 날 한국 교민 1명도 시위현장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날아든 파편에 왼쪽 어깨에 경미한 상처를 입어 인근 병원에서 몇 바늘 꿰맸다고 외교통상부가 12일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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