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시위대원 곤봉으로 때려 기소된 英경찰 “시위 공격적” 무죄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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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반대 시위 현장에서 여성 시위대원을 곤봉으로 친 폭동 진압 경찰관에게 지난달 31일 무죄가 선고됐다.

런던 경찰청 소속 델로이 스멜리 경사(47)는 지난해 4월 2일 런던 도심의 영국 중앙은행 앞에서 G20 반대 시위대에 끼어 있던 동물보호 운동가 니콜라 피셔 씨(36·여)가 다가가 목소리를 높이자 장갑을 낀 손등으로 뺨을 때리고 항의하는 그에게 곤봉으로 허벅지를 후려치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뒤 검찰에 의해 폭행혐의로 기소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의 다프네 위컴 판사는 이날 “유튜브 영상에는 사건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나타나 피고인이 마치 피셔 씨에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영상 자료와 목격자의 증언을 참조해 보면 피셔 씨가 매우 과시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경찰에게 대든 것을 알 수 있다”며 “곤봉을 사용한 것이 부적절하다거나 잘못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위컴 판사는 “당시 단지 3시간의 휴식만 취한 채 28시간째 근무하고 있던 피고인은 피셔 씨가 사각지대에서 그에게 달려들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겨우 7초간의 여유밖에 없었다”며 “반면 시위대가 갖고 있던 오렌지주스 용기나 카메라는 흉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멜리 경사는 현재까지 G20 반대 시위 진압과 관련해 기소된 유일한 경찰관이다. 그는 이 유튜브 영상 때문에 런던 경찰청에서 정직 처분을 당했고 검찰에 의해 폭행혐의로 기소됐다. 런던 경찰청은 법원의 무죄판결 이후 즉각 스멜리 경사의 지위를 원상복구시켰다.

런던경찰연맹(MPF)은 “이번 사건은 10초간의 유튜브 영상이 반드시 전체를 다 말해주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논평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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