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3층서 떨어지고도 살아난 부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17시 26분


지난달 27일 칠레를 강타한 규모 8.8 강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콘셉시온 시민 알베르토 로자스는 지진으로 자신의 13층 아파트가 크게 흔들리자 7살 난 딸을 화장실 문 앞에서 끌어안고 진동이 멈추길 기다렸다. 그러나 진동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바닥이 꺼져 버렸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는 힘없이 쓰러졌다. 로자스와 딸 페르난다는 꼭 껴안은 채 13층에서 떨어진 셈이 됐다.

다행히 그와 그의 딸은 타박상과 가벼운 자상 등 경상에 그쳤다. 어디가 위쪽인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서진 아파트의 유리창 잔해 사이로 빛이 스며들었다. 보름달 빛이었다.

억세게 운 좋은 이들 부녀는 목숨을 건진 대신 집과 살림살이를 잃었다. 로자스의 맞은 편에 사는 이웃도 운 좋게 구조물 사이로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구조대가 전기톱과 발전기를 이용한 망치를 동원해 이들을 구조했다.

25세의 유흥업소 종사자 아벨 토레스는 강진이 발생한 오전 3시 34분(현지시간)에 집에 막 도착했다. 6층에 사는 그의 머리 위로 TV가 굴러 떨어졌다.

토레스와 그의 룸메이트는 가구를 쌓아올려 창문으로 기어올랐다. 옷 대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붕괴된 건물 잔해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강진 발생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콘셉시온에 있는 15층 건물에선 23명의 매몰자가 생환했다. 7구의 시신이 수습됐고 60여명이 여전히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허물어진 14층짜리 빌딩에서는 6구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60¤80명이 살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잔해 아래서 8구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칠레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면서 피해 지역으로 수색, 구조대를 급파하고 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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