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에 100만 명 길거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2일 15시 14분


지진이 임박했다는 헛소문에 100만 명이 집밖으로 뛰쳐나오는 사태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 지방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이 소문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21일 새벽 중국 중북부 산시(山西) 성 전역에서 대형 지진이 곧 발생할 것이어서 긴급 대피하라는 소문이 통신망을 타고 순식간에 전파됐다고 중국 언론은 22일 전했다. 성의 수도인 타이위안(太原)을 포함해 진중(晉中), 창즈(長治), 핑야오(平遙) 등 주요 도시에서 수만~수십만 명의 시민이 이날 새벽 거리와 공원으로 쏟아졌다. 장모 씨(여)는 홍콩 밍(明)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벽 5시경 집주인이 방문을 두드리면서 '지진이 곧 닥친다'며 빨리 나오라고 소리쳐 황급히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휴대전화로 가족과 친구에 연락을 해 대소동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시골에서는 마을의 대형 확성기로 사이렌을 울려 새벽녘 곤히 잠든 촌민을 깨웠다. 또 거리 곳곳은 집에서 꺼낸 가재도구로 북새통을 이뤘고 자동차 통행도 불가능했다.

성 정부가 공무원을 총동원해 유언비어라고 부인했고 이날 오전 9시경에야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성의 지진국이 인터넷을 통해 소문을 부인했으나 홈페이지가 다운됐고 시민들은 믿지 않았다.

헛소문은 성 정부의 지진 대비 훈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현지신문에 따르면 성 정부는 최근 산하 지방 정부에 지진 발생시 긴급대피 훈련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가 병원 등 유관단체와 함께 한 각종 훈련이 시민의 오해를 산 것이다. 성 신문판공실은 "미리 훈련사실을 공표했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실제사태로 오인됐다"고 밝혔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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