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TV 광고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8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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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광고의 깜짝 스타는 '구글'

7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제 44회 미국 프로미식축구 (NFL) 챔피언 결정전이 열리기 12시간 전인 오전 7시12분. 단문(短文) 블로그로 이름 높은 트위터에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의 짧은 코멘트가 게재됐다.

"Be sure to watch the ads in the 3rd quarter(풋볼게임 3쿼터에 등장하는 광고를 꼭 보세요)."

구글이 미국 최대의 TV광고 시장으로 불리는 슈퍼볼에 TV 광고를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소식은 약 4만 명의 팔로어(follower)를 갖고 있는 에릭 슈미트의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구글은 '파리지안 러브(Parisian Love)'라는 제목의 약 1분짜리 광고를 자사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소식은 광고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전통적으로 온라인 미디어 기업들은 TV광고를 기피해 왔기 때문. 특히 구글은 지난 10여 년간 TV에 자사의 신규 서비스를 광고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예외가 있다면 1년 전 공개된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Chrome)' TV광고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아닌 일본시장에 한정된 이벤트였다.

화제가 된 구글의 슈퍼볼 시즌 TV광고인 '파리지앤 러브'는 검색(Search)을 기본 컨셉트로 삼았다. 이 광고는 한 누리꾼이 검색 창에 'Study abroad in paris(파리로의 유학)'를 타이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이 누리꾼은 '파리의 지도' '레스토랑' '데이트 방법' 등을 차례로 찾아보고 맨 마지막에는 'How to assemble a crib(아기 침대 조립법)'을 검색한다. 파리에 공부하러 가서 연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다 결국 아이까지 갖게 됐다는 스토리를 검색이라는 컨셉트로 전달하고 있는 것.

웹브라우저 하나만 등장하는 단순한 이 광고는 누리꾼들로부터 "구글의 철학을 잘 표현했다" "검색 키워드만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 흥미롭다"는 호평을 받았다. 웹 검색이 사람의 인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냄으로써 광고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다.

이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는 그간 슈퍼볼이나 TV에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너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구글 직원들 역시 좋아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했다"고 광고 게재 이유를 밝혔다.

30초에 300만 달러(1초에 약 1억원)라는 고액의 광고료로 명성 높은 올해 슈퍼볼 광고 시장에서는 기업간 뚜렷한 권력 이동 현상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굴뚝기업' 광고주였던 펩시콜라가 23년 만에 처음으로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해 화제를 모은 것. 대신 펩시는 슈퍼볼 기간 중 2000만 달러의 홍보비를 자사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창립 10년 만에 TV광고를 시작한 구글의 결정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셈이다.

또한 오랜 단골이었던 제너럴 모터스(GM)와 리콜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도요타가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 대신 이 기회를 이용해 기아자동차와 폭스바겐를 비롯한 새로운 광고주들이 미국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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