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서방국, 탈레반에 손짓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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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명단서 빼주고 투항하면 돈-직장 제공”

28일 런던 국제회의 앞두고
‘협상통한 안정’ 목소리 커져
아프간 조기 철군 희망 담겨

2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아프가니스탄 국제회의’를 앞두고 탈레반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아프간을 안정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프간에서 하루라도 빨리 철군을 원하는 서방국가들의 희망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 ‘탈레반과의 대화’ 서두르는 국제사회

카이 에이드 주 아프간 유엔대표부 대표는 25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이 작성한 테러범 명단에서 탈레반 지도부 일부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군이 현지에서 구금하고 있는 약 750명에 대해 구금이 필요한지를 신속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구금자 중 상당수는 탈레반 지도부로 알려져 있다.

에이드 대표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지도부의 대화를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결의안 1267호를 통해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 등 144명의 탈레반 고위 인사들을 테러범으로 지정했다. 이들은 계좌동결, 여행제한 등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일부 탈레반 지도자는 테러범 명단에서 빠진다면 아프간 정부와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리처드 홀브룩 미 국무부 아프간·파키스탄 특사도 지난주 “테러범 명단에 이름을 많이 올려놓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아프간 국제회의 합의안 초안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투항하는 탈레반 대원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재통합 기구’를 신설할 방침이다.

○ 조기 철군 가능할까

이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해 아프간을 빨리 안정시키겠다는 국제사회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나토군 총사령관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합군의 군사작전은 결국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평화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2일 “탈레반을 아프간 정치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합의안 초안에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치안이 안정적인 지역에서는 내년 초부터 치안을 아프간 군경이 맡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더타임스는 연합군이 아프간에서 철군하기까지는 적어도 5년은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의안 초안에도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서는 3년 안에 아프간 군경이 치안을 주도하고, 5년 안에 치안을 전담한다’고 돼 있다.

한편 아프간 정부는 치안 불안과 선거관리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5월 22일로 예정됐던 총선을 9월 18일로 연기한다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처럼 부정선거 시비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선을 연기하고 선거제도를 개선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아프간 정부가 받아들인 측면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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