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에게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 버티는 게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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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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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특파원 2명, 아이티 지진 심장부를 가다

간난신고 끝에 16일 오전(현지 시간) 도착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폐허 그 자체이자 거대한 난민촌이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진의 심장부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행운의 주인공이었지만 얼굴에는 희망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날 거리 곳곳에서는 유족조차 없어 여기저기 방치된 시신을 굴착기가 쉴 새 없이 화장터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가족과 삶터를 잃은 이재민들이 공원 등으로 몰려 ‘천막촌’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구조 작업은 지지부진했고 구호물품은 이재민들에게 닿지 않고 있었다. 시골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에는 돈을 벌기 위해 상경했다가 뜻밖의 재난을 만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주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기자는 덤프트럭을 개조해 양철 지붕을 씌워 만든 소형 버스를 타고 현장을 돌아봤다. 아이티의 대중교통 수단인 이 트럭 버스를 현지인들은 ‘땁땁이’라고 불렀다. 돌아본 도시는 폐허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성한 건물을 찾기 힘들었다. 지치고 굶주린 이재민들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5일째지만 생존자 구조작업은 주로 중산층과 상류층이 이용하는 백화점이나 호텔, 슈퍼마켓 등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16일 오전 번화가인 델마스에 위치한 대표적 고급 슈퍼마켓인 카리비안 마켓에는 프랑스에서 온 구조대 20여 명이 긴급 투입돼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이곳은 아이티의 상류층이나 백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근처 부유층이 많이 이용하는 할인점 메가마트에서도 구조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빈민층이 많이 사는 라빌에는 구조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은 소규모 주택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거리에는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들은 수건이나 손으로 코를 막고 시신 옆을 지나다녔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아이티의 서민은 죽어서는 ‘주검’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극빈층이 모여 사는 슬럼가인 시테솔레유는 대부분 양철로 만든 집이어서 이번 지진의 피해는 크지 않은 듯했다.

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유성열 특파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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