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김 빠진 오바마의 ‘아프간 도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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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철군’ 비난 일자
게이츠 “내년 12월 재검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2011년 7월을 기점으로 미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시키겠다는 출구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지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2일 “철수 여부는 2010년 12월에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아프간에 미군 3만 명 증파와 함께 미군 철수시기를 못 박은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2011년 아프간 정부에 안보 책임을 넘기겠다는 계획은 현지 상황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프간 주둔 병력이 철군 가능한지는 2010년 12월에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대통령 발언과는 차이가 있는 얘기를 했다. 이어 게이츠 장관은 “핵심은 탈레반을 제거하고 안보 책임을 아프간에 넘겨주는 것”이라면서 “2011년 여름에 안보 책임을 아프간에 넘겨주기 시작하는 것은 중요하고 제 견해로는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18개월 후에는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출구전략 공개를 비판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미군 증파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지만 대통령이 철군 시점을 자의적으로 정해 우방과 적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 것이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도 2011년 7월 철수시기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게이츠 장관의 이날 발언이 알려진 후 열린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2011년 7월 철군이 시작될 것이라는 방침에 변함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프간 정부에 안보책임을 이양하는 작업은 2011년 7월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철군 과정은 현지 상황을 바탕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출구전략 개시시기를 2011년 7월로 구체적으로 못 박자 미국 언론에서는 “탈레반들에 오히려 숨을 기회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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