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9·11주모자 사형 가능성’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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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9·11테러의 주모자라고 시인한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사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중 N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테러 용의자들이 뉴욕의 민간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것에 반대 여론이 높다는 지적과 관련해 “그의 유죄가 인정되고 사형이 선고된다면 유족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사형 선고라는 결과가 나오면 유족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깨뜨려야 할 부분은 우리의 법치 시스템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재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가 당초 약속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내년 1월 22일이라는 애초의 폐쇄 예정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내년 중에는 폐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1월 대통령 취임 첫 주에 “관타나모 수용소는 인권과 시민권에 관한 미국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1년 안에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된 수감자를 이감할 시설 마련에 애를 먹고 있으며 이감 의사를 타진 받은 영국 호주 등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편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이날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이 현재 (테러와의)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범법자에게는 반드시 정의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판부가 테러 용의자들의 정치공세에 휘말리거나 테러 행위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과 9·11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은 여전히 테러범을 민간법정에서 심리하는 데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17일 CNN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2는 법무부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64%는 모하메드를 군사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답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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