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침'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은 '침묵'이었다. 16일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상하이 대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의 자유", "인터넷 검열 반대"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중국 대중에 거의 전달되지 못했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전했다.
두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가진 대화 내용은 중국 관영방송인 CCTV의 오후 7시 메인뉴스 시간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상하이 소규모 방송사가 타운홀 미팅을 생방송으로 중계했지만, 이 방송사의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는 엉뚱하게도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일부 중국인은 미 백악관 웹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소리와 영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CTV 7시 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訪中) 뉴스를 톱기사가 아니라 일곱 번째 뉴스로 보도하면서 대학생과의 대화 내용은 한 줄도 소개하지 않았다. 보도 시간도 채 1분을 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정부가 트위터 등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개방적인 인터넷 사용을 언제나 지지해왔다"고 대답하자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해 시나닷컴 등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즉각 톱뉴스로 게재했다. 그러나 1시간 뒤 시나닷컴에서 이 기사는 사라졌다. 신화통신 사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검열 같은 민감한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가치를 역설한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 역시 중국 대중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홍콩을 근거지로 삼아 중국 본토에 방송을 하는 피닉스TV는 이날 타운홀미팅을 시작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 연설을 생중계했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이 "어느 국가도 다른 국가에 정치체제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가진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그리고 정치 참여 등은 보편적 권리"라고 말하기 직전 다른 뉴스를 내보냈다.
FT는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이들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중국 대중에 전달됐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아이러니컬하다고 전했다. 부시와 클린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및 티베트 종교 억압을 비판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극히 이런 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려했음에도 '대접'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