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방한때 ‘FTA 선물’ 챙겨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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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18, 19일) 때 양국 정상이 논의할 핵심 의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조속하게 체결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눈앞에 두고 워싱턴 정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3일(현지 시간) 실시된 버지니아 주와 뉴저지 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에 완패한 오바마 대통령이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미 FTA 체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 ‘건강보험 개혁을 잇는 후속 의제 한미 FTA’

주미 한국대사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개혁정책인 건강보험 개혁이 마무리된 후 한미 FTA 문제를 의회에서 핵심 의제로 올려놓도록 설득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덕수 주미 대사 등 대사관 간부들은 미 의회 관계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비준 문제를 설득하고 있다. 대사관과 무역협회는 내년 상반기 한미 FTA 의회 통과를 목표로 현지 로비스트를 고용해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다.

한 대사는 4일 워싱턴 상무부에서 열린 미국지역수출협회 연례총회에 참석해 “올해 말부터 내년 6월 말까지가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 행정부에서는 의료개혁 법안 처리가 최대 현안인 만큼 이 법안 처리가 올해 말까지 마무리되면 FTA가 다른 현안들과 함께 주요한 문제로 다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의료개혁 후속 의제로 한미 FTA를 올려놓는 게 시급하다”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 열풍에 밀려 한미 FTA 문제가 상당 기간 표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지난달 말 이뤄진 백악관 각료급 회의에서 한미 FTA 체결 문제가 논의됐지만 찬반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지사 선거 민주당 패배가 부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던 버지니아 주와 뉴저지 주의 주지사 선거에서의 민주당 참패는 FTA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은 노동계가 등을 돌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지난해 대선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무당파(공화, 민주 양당 당원이 아닌 유권자) 계층이 민주당을 외면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 내 중도 성향과 급진 리버럴 성향의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산업을 양보 못할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무역수지 흑자국가를 겨냥해 ‘공정무역’을 강조한 것도 궁극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P통신은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적 생존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안을 지지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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