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산골마을 4곳 통째로 매몰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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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할퀴고 간 상처지난달 30일 리히터 규모 7.6의 해저 강진으로 발생한 산사태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주도 파당 시 인근 리모코토티무르 마을을 처참하게 망가뜨렸다. 마을 상공에서 찍은 사진 가운데엔 굴착기로 퍼낸 듯 푹 꺼진 산등성이 가장자리에 주택 몇 채가 위태롭게 서 있다. 리모코토티무르=AP 연합뉴스
지진이 할퀴고 간 상처
지난달 30일 리히터 규모 7.6의 해저 강진으로 발생한 산사태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주도 파당 시 인근 리모코토티무르 마을을 처참하게 망가뜨렸다. 마을 상공에서 찍은 사진 가운데엔 굴착기로 퍼낸 듯 푹 꺼진 산등성이 가장자리에 주택 몇 채가 위태롭게 서 있다. 리모코토티무르=AP 연합뉴스
결혼식 하객 300명 등 주민 최소 644명 숨진듯
전체 매몰자 3000~4000명 추정… “생존 힘들다”

지난달 30일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주도(州都) 파당 시에 대한 인명구조 작업이 5일째 진행되는 가운데 파당 시 인근 파리아만 지역의 마을 4곳이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완전히 매몰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4일 전했다. 인도네시아 관료들은 마을 4곳에서 최소 644명이 흙더미에 깔렸으며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숩 칼라 부통령은 “생존자를 찾을 희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확인되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300명을 넘는다. 이날 오전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는 715명이다. 매몰된 사람은 3000∼4000명에 이른다.

○…산사태로 마을 전체가 사라진 곳은 수마트라 섬 서부 해안 파리아만 지역의 산등성이에 위치한 주마낙, 루북 라웨, 풀라우 아이야, 리모코토티무르. 한때 마을이 있던 자리는 진흙과 부러진 야자나무들만 남았고 산사태가 일어난 산등성이는 마치 거대한 굴착기로 퍼낸 듯 도려내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보건청 위기센터 루스탐 파카야 소장은 “마을들이 30m 아래로 파묻혀, 높이가 20m나 되는 모스크의 첨탑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진이 발생할 당시 결혼식이 열리던 주마낙 마을에서는 19세 신부를 포함해 식당에 모인 하객을 비롯한 200∼300명이 산 채로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파리아만 지역에 서 있는 건물은 찾아볼 수조차 없으며, 살아남은 주민들은 삽과 맨손으로 시신 발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구조팀과 구호물자가 속속 파당 시에 도착하면서 구조 및 구호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중앙119구조대 인명구조팀 소속 43명은 2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해 군수송기 편으로 파당 시에 들어가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미국, 스위스,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영국, 호주, 프랑스, 에스토니아 등도 긴급 구호팀이나 구호물자를 보냈다. 그러나 지진 발생 닷새째가 되면서 무너진 건물 밑에 깔린 사람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낮아져만 간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스위스 구조팀 프레데리크 와그뇽 팀장은 “매몰된 지 5일이 지난 뒤에도 살아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파당 시에서 인근의 피해 마을로 접근하기도 어렵다. 도로와 다리가 상당수 파괴되거나 그나마 있는 길도 이재민으로 가득 차 구조작업에 필요한 굴착기나 불도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평소시간보다 20배가량 더 걸린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덕택에 가까스로 무너진 건물 틈에서 살아난 사람도 있다. 지난달 30일 파당 시의 존슨 찬드라 씨(30)는 부인과 함께 4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매몰됐다. 그는 휴대전화로 가족, 친지, 친구 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불통이었다. 그는 파당에서 900km 떨어진 자카르타에 사는 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로 구호 요청을 전했고, 결국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구조됐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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