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팔찌에 성적인 의미가?

데이트 팔찌. 사진 출처 더 선

영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팔찌가 유행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29일 더 선이 보도했다.

'데이트 팔찌'(Shag bands)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재질의 팔찌는 노랑, 주황, 보라, 분홍, 빨강, 파랑, 검정, 골드 등 8가지 색상이 있으며 각 색상은 이성과 어느 '선'까지 갈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가격도 몇 페니에 불과해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을 정도.

팔찌 색상이 의미하는 바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노랑색은 이성과 포옹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 주황색은 키스, 검정색은 섹스도 할 수 있다는 뜻이며 금색은 상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아이들은 장난삼아 혹은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면 팔찌를 끊어버리고, 팔찌의 주인은 팔찌를 끊은 이성과 그 색이 의미하는 바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팔찌가 끊어지는 바람에 섹스를 했다는 학생까지 있었다.

문제는 '데이트 팔찌'가 학생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어서 팔찌를 차고 있지 않으면 따돌림을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 소셜네트워킹사이트 페이스북에는 팔찌를 차고 있는 학생들끼리의 모임까지 개설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12세 한 학생은 "팔찌를 차고 있지 않으면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다"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팔찌가 싫어도 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검정색, 금색 등 '수위 높은' 팔찌를 차고 있는 학생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학생은 "검정색, 금색 팔찌를 찬 여자 아이들은 거의 없지만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이런 색을 선호한다"며 "만약 검정색, 금색 팔찌를 찬 여자 아이가 있으면 남자 아이들이 따라 다닌다"고 말했다.

32세의 주부 샤넬 존슨은 8살난 딸아이에게 팔찌에 대해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존슨은 "딸 아이는 만약 남자 아이가 팔찌를 끊어버리면 그 아이와 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를 앉히고 아기는 어른들이 만드는 것이지 어린 아이들이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팔찌가 의미하는 바를 안 이상 딸이 팔찌를 차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겠다"며 분노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영국은 10대 임신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팔찌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몇몇 학교는 사태를 파악한 뒤 팔찌를 압수하고 착용을 금지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학교와 부모들이 팔찌를 그저 장신구로만 생각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