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관계 ‘훈풍’에 核감축 급물살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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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서 6차협상 시작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관계가 한층 우호적으로 전개되면서 양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무기감축 논의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양국은 이번 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관련 협상을 시작했다. 만료 시한(12월 5일)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후속협정을 마련하려는 이번 6차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논의에 속도가 붙은 상태다. 24일에는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유엔이사회의 특별 핵무기 감축 회의를 주재하고, 이후 미-러 양국 정상의 회동에서도 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회의를 통해 양국이 과거보다 진전된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주 폴란드와 체코에 추진하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뒤 러시아 쪽에서도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밀어붙였던 동유럽 MD 시스템 구축 계획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이에 강력히 반대해온 러시아를 달래려는 ‘당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공언해온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은 물론 이란의 핵개발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내려고 한 발 양보했다는 것. “너무 저자세였다”는 내부 비판에서부터 “배신자 미국이 우리 등에 칼을 꽂았다”는 동유럽의 맹비난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모두 감수한 선택이었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미국이 용감하고 옳은 결정을 내렸다”며 이례적으로 미국을 치켜세웠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앞으로 미국의 (안보 관련) 우려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며 태도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최근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후속협상이 연말까지 타결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안드레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미국의 발표 직후 “모스크바와 서방국가들이 글로벌 안보위협을 함께 점검하고 공동 MD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나토의 확대를 견제하며 미국, 유럽 등과 팽팽히 맞서온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앞서 미-러 정상은 7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핵탄두를 1500개까지, 발사수단은 500개까지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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