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은 ‘결투’ 아닌 ‘이중주’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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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민당(CDU)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사민당(SPD) 총리 후보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이 13일 총선을 2주 앞두고 단 한 번뿐인 TV토론에서 맞붙었다.

대연정을 통해 한 내각에 몸담았던 두 사람은 ‘두엘(Duell·결투)이라기보다는 두엣(Duett·이중주)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의견차가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저임금제와 감세(減稅), 원자력 등 일부 쟁점에서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토론 직후 실시된 TV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일방적으로 어느 후보가 잘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RTL은 37% 대 35%로 메르켈이 약간 잘했다는 결과를 내놓은 반면 ARD는 43% 대 42%로 슈타인마이어가 앞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주요 신문은 슈타인마이어 장관이 메르켈 총리보다 더 침착했고 정파적인 정치인(politician)보다는 통합적인 경세가(statesman) 모습을 보여줘 상대적으로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연정을 해체하고 친기업적인 자민당(FDP)과의 우파 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5년 대연정 집권 이후 실업률이 줄어든 사실을 지적하면서 대연정은 기민당 주도하에서 잘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야 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지금은 더욱 확고한 경제개혁이 필요한 때라며 새 정부 구성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우파 연정은 빈부 격차를 가속화할 뿐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균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도 대연정의 성과를 칭찬했지만 대연정이 할 수 있었던 최대치에는 못 미쳤다면서 한 예로 사민당이 임금 수준 하향을 막기 위해 제안한 최저임금제의 도입을 기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정부에 의한 일괄적인 최저임금제 도입은 일자리 삭감으로 이어질 뿐이라며 산업별로 자율적인 최저임금제가 책정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메르켈 총리는 감세 정책을 약속했다. 그는 “1930년 이래 최대 경제위기에서 독일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감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경제 위기에 대처하느라 많은 빚을 지게 된 정부가 감세 정책을 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우파 연정은 △경제 위기를 발생시킨 경영진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 △빈부 격차를 가속화시키는 것 △핵 발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고 공격했다. 두 후보는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필요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견해차를 보이지 않았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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