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은 가도 상처는 남아… ‘혼돈의 9·11 키드’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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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8주년… 희생자 추모의 빛9·11테러 8주년을 맞아 8일(현지 시간)부터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빌딩 터(그라운드 제로)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불빛을 하늘로 쏘고 있다. 당시 테러조직 알카에다 대원들은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이른바 쌍둥이 빌딩으로 알려진 2개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시켰고 비행기 승객과 건물에 있던 사람 등 2700여 명이 숨졌다. 뉴욕=AFP 연합뉴스
9·11테러 8주년… 희생자 추모의 빛
9·11테러 8주년을 맞아 8일(현지 시간)부터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빌딩 터(그라운드 제로)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불빛을 하늘로 쏘고 있다. 당시 테러조직 알카에다 대원들은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이른바 쌍둥이 빌딩으로 알려진 2개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시켰고 비행기 승객과 건물에 있던 사람 등 2700여 명이 숨졌다. 뉴욕=AFP 연합뉴스
9·11테러 8주년인 11일 테러의 상흔이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먼저 간 가족을 애도하고 있다. 이날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테러 발생 시간인 오전 8시 46분(현지 시간)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우리는 모두 뉴욕인”이라며 테러의 아픔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뉴욕=AFP 연합뉴스
9·11테러 8주년인 11일 테러의 상흔이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먼저 간 가족을 애도하고 있다. 이날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테러 발생 시간인 오전 8시 46분(현지 시간)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우리는 모두 뉴욕인”이라며 테러의 아픔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뉴욕=AFP 연합뉴스
■ ‘무적 USA’ 환상이 깨진 뒤

“세계 문제에 냉소적으로 변해”
“더 애국적인 진짜 미국인 됐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메릴랜드 주 로크빌의 초등학교 5학년 브라이언 가메즈는 학교에서 TV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것을 봤다. “선생님은 넋이 나갔고, 나는 충격에 꼼짝도 못했어요.” 10대도 아니고, 꼬마도 아닌 10세의 가메즈 같은 어린이들에게 9·11테러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앗아갔다. 공포가 집 문턱까지 찾아온 것이다.

1989년 냉전 종식 직후 태어난 이들은 빌 클린턴 시대의 경제 성장과 인터넷의 출현 등 풍요 속에 자랐다. 가족 간의 유대는 끈끈했고 자신감은 넘쳤다. 그러나 9·11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냈다. “다음은 뭐지?”라는 집단적 공포에 사로잡혔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최근 9·11 8주년을 맞아 어른 문턱에 선 이들 ‘9·11세대’의 심경을 들여다봤다.

9·11의 즉각적 영향은 충격과 공포, 혼란이었다. ‘평화로운 세계’라는 환상은 깨졌고 ‘전능한 국가’라는 인식은 바뀌었다.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초등학교 5학년이던 대니얼 영은 “미국이 무적(無敵)의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또 9·11은 이들이 삶의 사명과 목표를 다시금 명확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세계정치, 테러리즘, 이슬람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 교훈은 다양하다. 웨슬리안대 2학년인 재러드 라딘은 9·11로 삼촌을 잃고 나서 2000년 대선을 보며 키웠던 정치적 열정을 잃었다. 그는 “세계 문제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했고 희망을 버렸다”고 말했다. 반면 아버지를 잃은 버지니아 주 오크턴의 고교 졸업반 자크 레이책은 “더 애국적이고 진짜 ‘미국인’이 된 것 같다. 미국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려면 전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9·11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는 쉽게 지울 수없는 상흔이 남았다. 뉴욕의 유명 패션스쿨 FIT 신입생인 로런 이든스는 너무나도 친했던 삼촌을 잃었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거식증 증세를 보였다. “내 주위의 어른들도, 나 자신의 삶도 통제력을 상실한 것 같았어요.” 그는 최근에서야 거식증에서 회복되고 있다. 가족이나 친족을 잃지 않은 이들에게도 상흔은 있다. 리드대 신입생 샘 홉킨스에게 2001년은 공포로 가득한 해였다. “나는 잘 울지 않는 아이였는데 그날만은 펑펑 울었죠.” 홉킨스는 자신의 안전을 자주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불안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뉴스위크는 “9·11 충격이 언젠가는 가시겠지만 그 사건은 이들의 머릿속 어딘가에 영원히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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