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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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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관련한 ‘출구 전략’을 둘러싸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연임을 공식 발표하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더 이상의 경기부양은 과잉”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출구 전략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많아 두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 포브스 “향후 18개월간 인플레이션율 2배”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일 강한 목소리로 버냉키 의장과 FRB에 “출구 전략을 최대한 서둘러야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2개월간 소비자물가는 1.9% 떨어져 1949년 이후 1년 하락폭으로는 최대치였고 생산자물가는 6.8% 떨어져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기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가하락은 지난해 에너지가격 폭락에 따른 것인데도 잘못 해석했다는 설명이다. 올 7월까지 소비자물가는 2.4%, 생산자물가는 2%나 오른 데다 여전히 막대한 양의 통화가 빠른 속도로 시장에 풀리고 있어 앞으로 18개월간 인플레이션은 두 배가 될 것이라는 게 포브스의 경고다. FRB가 제로금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제2의 대공황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잡지는 이런 판단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경기는 V자 형태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FRB의 금리 인상 시기가 빠를수록 인플레이션을 줄이고 경기를 안정시키기도 쉽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경제학자 266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은 “몇 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에 응답자의 41%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 FRB 내부에서도 엇갈려
상당수 미국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RB 고위층의 생각은 다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당장 축소한다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경기부양책 회의론자로 알려진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가 안정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경기부양 조치들이 더 필요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의장의 ‘정치적 고려’도 중요한 변수다. 오바마 대통령이 버냉키 의장의 연임을 발표한 지난달 25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2010∼2019년에 추가로 누적될 재정적자는 이전 전망치보다 2조 달러 늘어난 9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정부 적자가 누적될 것이라는 예산보고서가 발표된 날 버냉키 의장의 연임이 공식화된 것을 두고 미 경제계에서는 “금리인상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정치적인 압력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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