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메르켈 “나치 죄악 기억하자” 러 푸틴 “함께 슬퍼하고 용서를”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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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발발 그날 그시간에… 폴란드서 70주년 행사1일 새벽 제2차 세계대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폴란드 북부 그단스크 인근 베스테르플라테 기념탑 앞에서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2차 대전 당시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20여 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베스테르플라테=로이터 연합뉴스
2차대전 발발 그날 그시간에… 폴란드서 70주년 행사
1일 새벽 제2차 세계대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폴란드 북부 그단스크 인근 베스테르플라테 기념탑 앞에서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2차 대전 당시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20여 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베스테르플라테=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지도자 2차대전 기념식 집결

어둠이 채 걷히지 않았던 1939년 9월 1일 오전 4시 45분. 나치 독일의 전함이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 베스테르플라테 요새를 포격했다. 육해공 전방위 공격에 나선 3500여 명의 독일군에 맞서 182명의 폴란드군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동안이나 저항하다 산화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5000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맺은 소련은 9월 17일 폴란드 국경을 넘어 폴란드를 분할 점령했다.

2차 대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폴란드 저항’의 상징으로 통하는 베스테르플라테 요새에서 기념식이 거행됐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념식은 70년 전 포격이 시작된 시간(오전 4시 45분)에 맞춰 열렸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교장관을 비롯한 유럽 20여 개국 대표들도 베스테르플라테 요새에 속속 집결했다.

2차 대전 당시 가해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화해의 신호’라며 초청에 흔쾌히 응했다. 메르켈 총리는 “1일은 나치 독일의 죄악을 기억하는 날”이라며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세계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고 과거를 반성했다.

1일 폴란드에 도착한 푸틴 총리는 최근 폴란드와 러시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2차 전쟁 책임론 공방에서 한발 비켜나 “러시아는 항상 폴란드 국민의 용기와 영웅적 행위를 존경해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투스크 총리는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푸틴 총리는 기념일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폴란드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1939년 독소 불가침조약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프랑스와 영국이 1938년 나치 독일과 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소련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폴란드 관계가 현재의 러시아-독일 관계처럼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면서 함께 슬퍼하고 용서하자”고 호소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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