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더블 쇼크’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7월 실업률 5.7% 사상 최악… 소비자물가 사상 최대 하락

일본 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솟고 소비자물가는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고용불안으로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판매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악순환에 빠졌다. 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5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전되면서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던 일본 경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일본 총무성은 7월 완전실업률이 전월보다 0.3%포인트 증가한 5.7%라고 28일 발표했다. 이는 실업률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3년 4월 이후 최악이다. 종전 최고기록은 2002년 6월과 8월, 2003년 4월로 모두 5.5%였다.

7월 실업률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올해 2월 이후 한 번도 쉬지 않고 6개월 연속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실업률이 무려 1.7%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남성 실업률이 6.1%로 역시 사상 처음으로 6%를 넘어선 점도 충격이다. 일반적으로 남성 가장이 가족 경제를 책임지는 일본 사회에서 높은 남성 실업률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5.1%였다. 고용사정이 이처럼 갈수록 악화하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먼저 고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실업률 개선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최근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일부 산업이 호전되면서 4∼6월 광공업생산지수가 전 분기보다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용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구직자 1인당 구인 건수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비율은 7월에 전월보다 0.01포인트 떨어진 0.42배로 3개월 연속 과거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한편 이날 총무성에 따르면 7월 전국소비자물가지수는 100.1(2005년=100 기준)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2% 하락해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하락 역시 5개월 연속이다. 박막형 TV와 컴퓨터 등 가전제품의 가격 하락과 전년 동기 대비 휘발유값이 크게 떨어진 것이 물가를 끌어내린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잇따라 가격을 낮춘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물가하락이 지속되면 기업 수익이 마이너스로 이어져 투자와 고용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의 미세한 경기회복 조짐은 정부 공공투자 소비진흥책과 같은 경제대책 효과가 큰 만큼 경기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려면 민간수요를 축으로 한 자율 회복이 급선무라고 지적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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