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손자 볼 때 됐구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中 시골 13,14세 조혼 풍습
‘공부+육아’ 학생들 고통

‘애가 애를 낳는 마을들.’
중국 산둥(山東) 성 황허(黃河) 강가의 시골 마을에서 10대 초반에 결혼하는 조혼풍습이 만연해 어린 학생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장쑤(江蘇)위성TV 등에 따르면 린칭(臨淸) 시 산하 옌뎬(烟店) 탕위안(唐元) 좡덩(庄等) 등 마을 사람들은 13, 14세가 되면 부모가 정한 상대방과 약혼한다. 약혼식은 친척과 친구들을 모두 초청해 성대하게 치른다.
꼬마 약혼자들이 친구들과 함께 술상에 둘러앉아 어른처럼 술잔을 기울인다. 약혼식은 사실상 결혼식으로 잔치가 끝나면 둘은 바로 동거에 들어간다. 이들 마을에는 15, 16세 여자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중학교에서는 2학년 여학생이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한다며 조퇴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법정 혼인연령이 차면 혼인 수속을 밟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중국에는 여자는 만 20세, 남자는 만 22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
이들 마을에서는 17, 18세를 넘으면 노총각 노처녀로 취급된다. 또 통상 30세 안팎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40대 말에는 증조부, 증조모가 된다. 좡덩 마을의 철공소 주인은 30세로 손자 2명이 있고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할아버지는 29세다.
주민들은 이런 풍습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은 주민소득이 낮은 외진 마을들에 아이가 많을수록 부자라는 관념이 깊게 뿌리내려 조혼풍습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런 악습이 폐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