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이 21일 해산했다.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를 열어 중의원 해산을 의결했고 곧이어 중의원 본회의에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의장이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해산 직후 임시 각료회의에서 ‘8월 18일 선거공시’ ‘8월 30일 투·개표’ 일정을 의결했다. 중의원 선거를 한여름인 8월에 치르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자민당은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 전체 480석 중 과반수 의석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크게 앞서고 있어 전후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제1당을 내준 적이 없으며 분당 직후 치러진 1993년 선거에서 과반수 미달로 비(非)자민 연립정권에 10개월간 정권을 빼앗긴 바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중의원 해산 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를 회복시켜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양원 의원총회에서 “이번 총선은 관료 주도 정치를 끝내고 국민이 주체가 되는 혁명적인 선거”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내각책임제에서 국회 해산은 정부여당이 가장 유리한 선거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지만, 지지율이 급락한 자민당으로선 좀처럼 유리한 시기를 찾지 못했다. 당내 퇴진압력에 시달려온 아소 총리는 당초 ‘14일 해산, 8월 초 선거’를 계획했으나, 조기 선거에 대한 당내 반발이 워낙 강해 자신의 자리도 지키고 당의 분열도 막는 타협책으로 일정을 늦췄다. 이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해산’ 또는 ‘떠밀린 해산’이란 말도 나온다.
중의원 해산과 선거일까지 40일의 간격이 있는 것도 전후 최장이다. 자민당이 정치자금 보고서 허위기재 혐의를 받고 있는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는 한편 경기회복과 지지율 반등을 노리기 위한 시간벌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있다.
21일 중의원 해산으로 국회에서 심의하던 노동자 파견법안, 간염환자 지원법안, 장애인학대 방지법안, 모자가정 지원법안 등 다수의 민생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이 때문에 “서민의 목숨보다 정국이 더 중요하냐”는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