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 바닥…차베스 “아 옛날이여”

  • 입력 2009년 5월 25일 21시 59분


오일달러를 무기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가하락으로 현금이 바닥나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서민복지와 해외원조에 넉넉한 인심을 자랑했지만 유가하락, 경기불황, 인플레이션으로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해외에 손을 빌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24일 로이터통신은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를 담보로 브라질로부터 차관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브라질 국책은행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으로부터 43억 달러 금융지원을 받는 대신 석유를 지불보증수단으로 제시했다. 이 협상은 26일 브라질-베네수엘라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수출이 지난해 전체 수출의 93%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유가가 급락하자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등 서민복지정책의 재원도 말라가고 있다. 최근 공립대학에 대한 보조금을 6% 삭감키로 하자 20일부터 대학생들의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예산 삭감규모도 당초 72억 달러(6.7%)에서 100억 달러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자금줄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 석유 제철산업 국유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남미 지배의 원동력이었던 해외 원조규모도 크게 줄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790억 달러였던 베네수엘라 대외 원조액이 올해는 60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지원에 의존하던 쿠바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 브라질 중국 등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대니얼 에릭슨 연구원은 "바퀴 축과 바퀴살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베네수엘라와 중남미 중소국가들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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