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 골목길 뾰족집 ‘눈에 띄네’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개성있는 3色입면… 삼각형 주차 뜰…

일본 도쿄(東京)의 주택가 골목은 단정하지만 심심하다. 단조로움을 거스르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은 밋밋한 풍경에 생기를 입히는 요소다. 9일 오후 찾은 세타가야(世田谷) 구 좁다란 교차로의 ‘에이 하우스’는 바로 그렇게 길모퉁이 한 끝에 악센트를 주는 건축물이다. 도쿄와 다를 바 없이 표정 없고 밋밋한 서울의 골목길을 변화시킬 한 방법을 일러주는 듯하다.

이 주택의 건축 면적은 54m²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변 다른 어떤 건물보다 커 보이는 것은 강렬한 느낌의 외관 때문이다. 나무 프레임으로 엮은 2층 구조물에 알루미늄 패널을 붙여 마감했다. 간단한 작업 공정이지만 결과물이 연출한 공간은 단순하지 않다.

이 건물을 설계한 후쿠야마 히로유키 씨(46)는 “주택가 사거리 한쪽 블록의 좁은 모서리라는 대지 조건은 만만한 과제가 아니었다”며 “예각으로 툭 튀어나온 모퉁이에 건물의 얼굴이라 할 만큼 커다란 창을 내서 답답한 길목에 숨통을 틔우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6년 7월 설계를 시작해 지난해 6월 완공했다.

서쪽과 남쪽 가로, 동쪽 뒷길에서 고개를 돌린 행인에게 이 건물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색깔의 입면을 보여준다. 오각형 서쪽 입면은 어두운 푸른색이다. 남쪽은 밝은 은회색, 동쪽 배면 벽은 검은색을 칠했다. 세 가지 색깔은 각각 다른 상황에 있는 세 방향 도로와의 어울림을 고려해 선택한 것이다. 일렬로 나란히 늘어선 회색과 베이지색의 콘크리트 마감 건물들 라인의 끄트머리에서 어두운 푸른색은 특별한 모양새의 이 건물이 외따로 느껴지지 않게 해 준다.

뒷길에는 삼각형 틈새를 둬 주차가 가능한 뜰을 뒀다. 이 뒷길과 마주한 벽체를 덮은 까만색은 좁은 뜰에 드리운 그늘을 흐릿하게 만든다. 은회색 남쪽 입면은 어느 방향에서 이 교차로로 접근하든 사람의 시선을 붙들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행인을 마주 바라보는 2층 부엌과 식당의 시선은 삼각형과 비스듬히 기울어진 사각형의 두 개 창문으로 나뉜다.

문을 나서 남쪽 골목으로 걸어 내려가다 뒤돌아서서 은회색 입면을 다시 바라본다. 평평한 골목의 스카이라인에 뾰족 모자를 씌운 듯한 에이 하우스가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이웃한 건물과 비슷한 형태의 건물이 그곳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몇 번을 찾은들 기억에 남지 않을, 밋밋한 교차로의 풍경이 떠올랐다.

됴쿄=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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