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끈질긴 탈레반에 ‘알카에다 천적’ 맞불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총지휘자로 새로 임명된 스탠리 매크리스털 중장.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총지휘자로 새로 임명된 스탠리 매크리스털 중장.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美 아프간주둔군 사령관에 ‘이라크전 영웅’ 매크리스털 전격 지명
“7년 소탕작전 성과 미미”11개월만에 사령관 교체
새 사령관 그린베레 출신…對테러 특수전 도입할 듯

미국은 11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매키넌 장군을 전격 경질했다. 후임에는 대(對)테러전을 주 임무로 하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에서 사령관을 지낸 ‘그린베레’ 출신의 스탠리 매크리스털 중장이 지명됐다. 신임 지명자는 상원인준을 통과해야 한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한층 강화된 전략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 참신한 사고가 요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주 아프간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아프간 전략의 준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워싱턴에서 아프간, 파키스탄 대통령을 초청해 3자 정상회담을 갖고 탈레반과 알카에다 세력의 척결을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7일 탈레반 은신 지역인 서북부 스와트 지역에 전면전을 개시해 미국의 요구에 부응했다.

이번 수뇌부 교체는 전쟁 중 지휘자를 교체하지 않는 관례와 매키넌 장군이 임명된 지 11개월(통상 임기는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격조치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이 전쟁 중에 사령관을 전격 교체한 것은 6·25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을 해임한 이후 처음이다.

개전 7년 7개월을 맞아 악화일로에 있는 아프간에서의 전세를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오바마 대통령은 수뇌부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아프간전쟁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파키스탄과 아프간에서 점차 세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탈레반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아프간 상황 개선이 이라크 철군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올 상반기 중 미군 병력 2만1000명을 증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게이츠 장관은 사령관의 전격 경질 배경과 관련해 “아무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경질의) 특별한 사유도 없다. 다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도 12일자 기사에서 “매키넌 장군이 해고당했다(fired)”라고 썼고 뉴욕타임스도 “더 창의적인 전쟁을 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손에 의해 강제로 밀려났다”고 썼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재래전’ 전문가인 구식 군인 매키넌 대신 이제는 ‘특수전’ 전문가인 매크리스털 장군을 전면에 배치해 아프간전쟁에서의 반전을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키넌 장군은 전역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전문가들은 1980년대 미국이 천문학적인 경제적 지원을 했던 당시에도 세력 확장에 어려움을 보였던 탈레반 세력이 7년간 미국의 소탕작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파죽지세로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것은 미군의 전략적 실패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프간 지역을 관장하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과의 불화설도 나온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의 역할이 단순히 적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민간인 보호, 재건활동, 지방정부 지원 등 주둔국 국민들의 민심을 얻는 활동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매키넌 장군은 전투에 전념하기에도 바쁘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결국 4일 아프간 서부 파라지역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13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반미감정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백악관과 펜타곤의 판단이었고 이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군의 군사작전에 희생당한 아프간 양민의 가족도 자발적으로 반미투쟁 전사로 활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아프간의 문제가 군사적 수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군사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만 한다”고 말해 매키넌 사령관의 지휘능력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결국 아프간 국민들의 지지를 확대해 아프간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른바 ‘소프트 파워’ 외교 전략의 추진에 매키넌 장군이 부적격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편 후임자로 내정된 매크리스털 중장은 이라크전에서 소규모 정예 특수부대활동을 지휘하면서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고,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를 사살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는 1981년 초급장교 시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작전·정보장교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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