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치 NHK회장 “공영방송은 중도 걸어야”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공영방송은 중도를 걸어야 하며 NHK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일본 NHK 후쿠치 시게오(福地茂雄·75·사진) 회장이 11일 도쿄 본사를 방문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여야로부터 모두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후쿠치 회장은 아사히맥주에서 사장과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1월 외부 인사로는 20년 만에 NHK 회장에 취임했다. NHK 경영위원회가 방송 경험이 없는 전문경영인 출신인 그를 회장으로 임명한 것은 주식 내부자 거래와 공금 횡령 등 비리로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에 직면한 NHK를 쇄신해야 했기 때문이다.

후쿠치 회장은 NHK가 국회의 예결산 심의를 받기 때문에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느냐는 최 위원장의 질문에 “우리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영방송이나 광고에 의존하는 민영방송이 아니라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라며 “국회 예결산 심의를 받지만 수신료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의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프로그램에 기자나 PD의 편향된 인식이 반영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 같은 경향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보도 책임자가 불편부당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편집권의 독립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주어진 권리”라고 말했다.

후쿠치 회장은 공영방송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현장주의와 시청자 위주의 방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영방송이 광고주를 의식한다면 우리는 시청자를 의식한다”며 “NHK가 지향하는 목표는 시청률 1위가 아니기 때문에 민영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쿠치 회장은 공금 횡령, 허위 기사 등 수년간 NHK에서 일어난 비리에 대해 “제도적 장치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조직의 풍토를 바꿔야 한다”며 “직원들의 마음의 법(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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