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 실력… ‘강마에’들에게 지구촌 열광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실력이 서툰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서슴없이 ‘똥덩어리’라고 내뱉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지휘자 강마에는 독설이 환영받는 시대에 주목을 받은 캐릭터였다.

가식적인 말보다 말하고 싶은 진짜 마음을 ‘대리인’처럼 전해주는 독설가의 활약은 비단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 “실력 너무 형편없다” 자존심도 밟아

재능 있는 가수 지망생을 뽑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과 ‘브리티시 갓 탤런트’의 제작자 겸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사이먼 코웰 씨(50)의 심사평은 잔인하다. “참 끔찍하네요. 제 말뜻은 너무 형편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평가는 차라리 정제된 표현에 속한다. 훌륭하게 엘턴 존 노래를 소화한 후보자를 앞에 두고 “엘턴 존이 봤다면 창밖으로 텔레비전을 던져 버렸을 거요. 당신은 끝입니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다른 두 심사위원이 한 출연자에게 “노래 강습을 조금 더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빙빙 돌려 위로했을 때 그는 “더 나아지려면 재능이 있어야 하죠.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돈 낭비입니다”라며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 버린다.

그러나 냉정한 비판만큼 칭찬할 때는 확실하다.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 47세의 영국 시골 노처녀 수전 보일의 노래를 듣고 있던 코웰 씨의 감동받은 얼굴은 시청자들에게 진실한 모습으로 전해졌다. 또 수전 보일이 방송 직후 지나친 언론의 관심을 받자 “25일 있을 최종 결선에서 실력을 더욱 발휘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것들이 그녀를 현혹시키고 있다”며 애정 섞인 우려를 표했다.

○ “나는 특별한 존재”

축구 명문 인테르밀란의 조제 모리뉴 감독(46)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긴다. 첼시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그는 “나는 주위에 널려 있는 시시한 감독이 아니다. 나를 오만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유럽의 챔피언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축구단 카타니아의 로 모나코 단장이 그를 비난하자 “로 모나코는 또 누구냐? 내가 아는 모나코는 티베트 승려, 모나코 왕국, 모나코 그랑프리가 전부”라며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의 자신감은 자신이 이끄는 팀과 선수의 기를 살리기도 한다. 지난달 유벤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발로텔리가 멋지게 동점골을 넣으며 맹활약했지만 유벤투스 팬의 인종차별적 구호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모리뉴 감독은 “인종차별 행위는 무식하고 멍청하며 어린애나 하는 짓”이라면서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자기 선수를 감싸줬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 사회풍자도 꺼리지 않아

올 2월 한 시상식에 참석한 일본 유명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北野武·62) 씨는 갑자기 술을 마신 듯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전 재무상이 취한 상태로 선진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망신당하고 물러난 것을 풍자한 것이다. 그는 “재무상의 변명이 너무 군색하다”며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역시 기타노답다. 속이 시원하다”는 독자 반응을 전했다.

기타노 감독은 저서를 통해 “일본은 미국이라는 야쿠자 두목에게 관리비를 지불하는 노점상”이라는 민감한 발언을 비롯해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지게 된 것은 월급이 통장으로 입금돼 봉투를 못 만지면서부터”라는 독특한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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