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퇴출앞둔 백열전구 사재기?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형광등보다 조명 은은하다”

가격 50% 올라도 판매 늘어

영국에서 40년간 조명업체를 운영해온 조너선 라이트 씨는 요즘 100V짜리 백열전구를 열심히 팔고 있다. 백열전구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정부가 올해 9월부터 판매를 금지한 품목이지만 라이트 씨는 “공무원이 내 상점에 들어와 어디 한번 못 팔게 해보라”며 “찾을 수 있는 모든 백열전구를 갖다놓고 끝까지 팔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퇴출 대상 백열전구 옹호론자는 그 혼자만이 아니다. 백열전구를 찾는 사람들은 가격이 1년 전보다 50%나 올랐는데도 늘고 있다. 2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곧 없어질 백열전구를 사재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벌어진다고 전한다. 라이트 씨 가게도 지난 두 달간 3000개를 팔아 평소보다 30배 많은 매출을 올렸다.

조명에 사용되는 전기에너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를 차지한다. 이 중 백열전구는 다른 전구보다 5∼20배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는 이유 때문에 교체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유럽연합 회원국에서는 2012년부터, 미국에서는 2014년부터는 백열전구 판매가 금지된다. 호주와 캐나다 등도 앞으로 몇 년 안에 판매를 제한하고 발광다이오드(LED) 및 형광등으로 바꾼다. 기후변화 대응의 국제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영국은 규제시기를 이보다 훨씬 앞당겨 잡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형광등은 조명이 거칠고 자주 깜빡거리는 데다 은은한 조도(照度) 조정도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형광등은 4배가량 더 비싼 가격도 부담인 데다 일부에서는 “형광등을 쓰면 피부 발진과 편두통이 생긴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반응은 기후변화 논란 속에 각국의 대응 정책에 대한 일반인들의 저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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