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발 패닉 세계 확산… 텅빈 멕시코시티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쇼핑객 70% 급감
美 여행자제 당부… 中-日 검역강화

신종 돼지인플루엔자 공포로 멕시코 전체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25, 26일 인구 2000만 명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거리가 한산해졌고, 술집 식당 무도장 등도 거의 문을 닫았다. 멕시코시티 등 수도권에서는 3만 개 학교가 다음 달 6일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멕시코 일간지 레포르마는 “수도권이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 고요한 멕시코시티

신종 돼지인플루엔자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도 멕시코시티 시민들은 외출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백화점 주말 쇼핑객이 주 평균의 30% 이하로 급감했을 정도. 축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와 문화행사 500여 개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중남미 최대 공연장 아우디토리오 나시오날은 개장 이후 처음 주말 공연을 취소했고, 멕시코 프로축구연맹은 26일 2개 경기를 관중이 없이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른 홈팀의 수입 손실은 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가톨릭계에서도 26일 마스크를 쓰고 미사를 보기로 했다가 아예 보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멕시코 보건당국은 행인들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가능한 한 집 안에만 머물고 악수나 키스도 피할 것을 당부했다. 마스크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멕시코시티 일부 약국에는 ‘마스크가 동났다’는 문구가 내걸리기도 했다. 또 군과 보건관계자들은 공항과 버스정류장 등을 돌아다니며 돼지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 격리시키고 있다.

정부는 아직 직장 폐쇄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호세 코르도바 보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24일 오후를 기준으로 확산속도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아직 직장 폐쇄 등 극약처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 등 인근 국가도 초비상

26일 0시 현재 감염환자가 11명까지 늘어난 미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피해지역도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뿐 아니라 캔자스 주와 뉴욕 시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주 보건당국은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자가 발생한 학교에 무기한 휴교령을 내린 상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바이러스 특성상 한 곳에 붙들어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멕시코와 인접한 칠레 니카라과 페루 등도 멕시코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세계 각국은 공항 항만 등지에서 검역을 강화해 돼지인플루엔자 유입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홍역을 치른 중국도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위생 및 검역 등을 총괄하는 보건당국은 25일 밤 긴급 통지문을 발표하고 멕시코와 미국에서 귀국한 지 2주일 내의 여행객은 독감 증세가 나타나면 무조건 보건당국에 신고해 정밀검진을 받도록 조치했다. 일본도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멕시코에서 오는 승객 체온을 측정하고 독감 증세에 대한 전화상담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에서 들어오는 살아있는 모든 돼지를 검사하라고 동물 검역소에 지시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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