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 가족이 된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진이 14일 전격 공개되면서 '퍼스트 도그'(First Dog)가 베일을 벗었다.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 '퍼스트 도그' 는 6개월 된 수컷 포르투갈 워터 도그 종으로 검은 털이 특징이다.
이 개는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통령 부부의 두 딸 말리아(Malia·10)와 사샤(Sasha·7)에게 선물했으며 이름은 '보(Bo)'라고 지었다. 보는 케네디 상원의원의 강아지 조련사로부터 '퍼스트 도그' 위치에 맞는 훈련을 받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배변을 가릴 수 있으며 말리아와 사샤가 앉으면 앉고, 서면 따라 설 정도로 훈련이 되어 있다. 포르투갈 워터 도그가 선택된 것은 털이 잘 빠지지 않아 알레르기를 가진 큰 딸 말리아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보'가 때 아닌 음모설에 휩싸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당선 직후 열린 축하행사에서 두 딸에게 "백악관에 함께 들어갈 강아지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 오바마 대통령은 유기견 보호소에 버려진 개를 데려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동물애호가들이 '보'가 가짜 유기견(Quasi- rescue dog)이라며 반박하고 나선 것. 케네디 상원 의원이 오바마 대통령의 딸들에게 선물했기 때문에 유기견 보호소에 간 적이 없다는 이유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자신의 포르투갈 워터 도그 여러 마리를 길러낸 사육업자로부터 '보'를 데려왔다. 오바마의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인 케네디 의원은 보와 어미가 같은 강아지를 키웠다. 보의 사육업자 역시 오바마 지지자이며 다른 강아지들의 이름은 '희망과 변화'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가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 버지니아에 있는 케네디가의 개 훈련소에서 한 달 가까이 훈련을 받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의 스케줄에 맞추어 돌아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미셀 오바마의 대변인은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을 찾고 있던 중에 케네디 부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선물을 제안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워싱턴 동물 애호가 협회에 기부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육업자가 키운 개를 데려왔다는 데 대한 비난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미국에서는 전문사육업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개들을 마구 번식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유기된 개와 고양이에 대해 안락사가 성행해 동물보호소의 개 입양이 대안으로 권유되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 동물애호가 협회는 처음엔 오바마의 결정을 지지했다가 '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재빨리 입장을 바꿔 구설수에 올랐다.
장 웨인 파셀 회장은 협회 홈페이지에 "오바마 부부가 반드시 동물수용소나 동물 보호소에 개를 데려가겠다고 말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보가 안락할 집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많은 동물애호가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해서 실망한 것을 알고 있지만 꼭 대통령만이 개보호소에서 개를 입양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인이라면 누군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이 메시지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퍼스트 도그가 베일을 벗었다. 보의 데뷔를 보고 개보호소가 받았을 충격에 우려를 표하며 사육된 개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