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日중학교교과서 문부성서 1종 또 통과시켜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왼쪽은 후소샤가 펴낸 ‘새로운 역사교과서’, 오른쪽은 9일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지유샤의 역사교과서. 내용이 거의 똑같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왼쪽은 후소샤가 펴낸 ‘새로운 역사교과서’, 오른쪽은 9일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지유샤의 역사교과서. 내용이 거의 똑같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이달말 시판 예정 알려져

한국정부 日에 시정촉구

일본 문부과학성은 9일 교과서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일본의 극우세력들로 이뤄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지유샤(自由社)에서 출간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합격처리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본의 중학교에서 사용될 역사왜곡 교과서는 종래의 후소샤(扶桑社)판에 더해 2종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엄중 항의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9일 “그릇된 역사인식에 기초한 역사교과서가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데 대해 강력 항의하며 근본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태영 동북아시아국장도 이날 다카하시 레이치로(高橋례一郞)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일본에서 역사왜곡 교과서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온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 등 28개 단체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아이들에게 이런 교과서를 보게 할 수는 없다”며 반발했다. 다와라 요시부미(俵義文) ‘어린이와 교과서전국 네트 21’사무국장은 “정부와 문부과학성의 책임이 크다”며 “이런 교과서가 학교현장에 침투하지 않도록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검정에 합격한 지유샤판 역사교과서는 ‘새역모’가 2004년 후소샤에서 내놓은 교과서와 대표집필자는 물론 목차구성이나 항목표기도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소샤 교과서는 출간 당시 황국사관에 의거해 일본의 제국주의를 미화하고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아 물의를 빚었다.

다만 교육현장에서의 채택률이 저조해 2005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0.39%에 불과했다. 그뒤 새역모가 의견대립으로 분열되자 필자들이 출판사를 바꿔 후소샤판과 거의 같은 교과서를 새로 내놓은 것.

2006년 내부갈등으로 전 회장인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다카사키(高崎) 경제대 교수 등이 새역모에서 탈퇴한 뒤 2007년 후소샤 측이 집필진을 야기 교수 그룹으로 바꿔 자회사인 이쿠호샤(育鵬社)에서 새 교과서를 만들 계획을 밝히면서 갈등이 첨예화됐다.

지난해 6월에는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새역모’ 회장이 현행 후소샤판에 대해 자신들이 관여한 부분의 저작권을 주장하며 2010년 이후의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후소샤 측은 “교과서는 편집자 감수자도 관여한 공동창작물”이라며 양보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앞으로 저작권을 둘러싼 다툼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후소샤와 지유샤 중 어느 한쪽이 교과서 발행을 계속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새역모는 지유샤 시판본을 이달 말부터 서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후소샤판은 출간 당시 일선 학교에서의 채택률은 저조했지만 시중에서는 수십만 권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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