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계층평등법’ 다시 입법 추진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마잉주총통 “분열 용납못해”

원주민 비하한 공무원 파면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사진)이 대만 원주민을 비하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파면된 궈관잉(郭冠英) 전 캐나다 대만대사관 홍보담당자를 비난하며 본토인과 원주민 차별을 금지하는 ‘계층평등법’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궈 외교관은 3년 전 블로그에 자신을 ‘고급 외성인(外省人)’으로 칭하면서 대만에 살고 있던 원주민을 저속한 용어로 비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면됐다.

25일 대만 일간지 중국시보에 따르면 마 총통은 “(궈 외교관이) 편파적 견해와 선입관을 가졌다”고 지적하며 “더구나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고 했다가 번복하기까지 한 그의 행동은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건너온 지 60년이 흘렀고 그동안 우리는 함께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를 이뤄냈다”며 “누구라도 계층 간의 대립과 분열을 야기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정치인들의 ‘원주민 비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7월 뤼슈롄(呂秀蓮) 당시 부총통은 태풍으로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토착 원주민들의 과다한 임야 개발과 경작 탓이라고 말해 원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또 “대만 원주민들도 (국민당 정부처럼) 중국에서 건너온 종족”이라며 자존심을 건드린 데 이어 “원주민들을 라틴아메리카로 이주시키자”고 제안해 당시 산발적인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말레이계의 약 11개 부족으로 이뤄진 대만 원주민은 1947년 국민당 정부 군대가 시위를 진압한 ‘2·28사건’을 통해 2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을 때는 전쟁에 동원되기도 했다. 현재 원주민 2만8000명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있다. 대만 행정원 류자오쉬안(劉兆玄) 원장은 “대만이 점차 다원화 사회로 발전해가면서 이주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평등법 제정은 시기적절하며 대만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법은 5년 전 초안까지 만들어졌지만 입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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