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임원 줄줄이 “보너스 반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유럽에도 확산… ING도 직원에 포기 요청

미국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임직원들이 미국 정치권과 검찰 등의 전방위적인 압력에 굴복해 보너스 자진 반납을 결정했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도 직원들에게 보너스 반납을 요청하는 등 AIG발 보너스 파문이 유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 검찰총장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로부터 가장 많은 보너스를 받은 상위 10명 중 9명이 보너스 반납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반납됐거나 반납이 예정된 보너스 규모는 5000만 달러에 이른다”면서 “총 8000만 달러를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AIG가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는 모두 1억6500만 달러. 이 중 47%인 8000만 달러는 미국인 직원들에게 지급됐고, 나머지 8500만 달러는 뉴욕 주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 직원들에게 지급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인 직원에게 지급된 보너스는 상위 20명 중 15명이 보너스 전액 3000만 달러를 이미 반납했을 정도로 전방위 압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해외로 빠져나간 보너스는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쿠오모 총장은 “미국 바깥에 있는 직원들이 받은 것까지 회수할 법적 권한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IG 런던 사무소의 직원 2명이 자발적으로 보너스를 반납하는 등 해외에서도 보너스가 일부 회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오모 총장은 “보너스 반납에 동의한 임직원 이름을 공개해 얻을 공익은 없다”며 명단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유럽에서도 과도한 보너스 지급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네덜란드 ING그룹도 보너스 지급을 정부의 자금 지원과 연계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가 비난 여론이 들끓자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직원 1200명에게 이미 지급받은 성과급 보너스를 포기하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 은행도 23일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아울러 경영진의 과도한 보너스를 규제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경영자 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는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웨덴 정부도 모든 국영기업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 지급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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