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또 한국인… 알카에다 표적테러 우려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예멘 테러 정부대응팀-유족도 피습
“로켓탄이다… 빨리 출발해” 일촉즉발
예멘 “인근서 20세 범인 신분증 발견”
정부, 재외공관 - 시설 경계강화 지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예멘에서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현지에 간 정부 신속대응팀과 유족까지 폭탄테러 공격을 받아 한국이 알카에다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관광객들이 테러를 당했을 때만 해도 불특정 다수를 노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불과 사흘 만에 한국인이 잇달아 자살폭탄테러 공격을 당한 것은 단순히 우연으로만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멘 수도 사나는 상대적으로 테러 공격이 드문 곳이었다.
사나 공항에서 10km 떨어진 한적한 도로에서 갑자기 폭탄이 터지자 신속대응팀 관계자들은 로켓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빨리 출발하라”고 소리쳤다. 로켓 공격은 흔히 연쇄공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멘 당국은 현장에서 20세인 범인의 신분증을 발견했다고 밝혀 이번 사건이 자살폭탄테러 공격이었음을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테러단체가 한국 신속대응팀을 겨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희생자 시신 운구 계획 등 신속대응팀의 이동 경로가 현지 언론에 노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테러단체가 작정하고 나섰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연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희생됐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자 알카에다가 예멘 정부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2차 테러를 기획했을 가능성도 있다.
알카에다는 2004년부터 한국을 미국 영국 등과 함께 공격 목표로 제시해 왔다. 최근 한국이 예멘과 인접한 소말리아에 해적 퇴치를 위한 청해부대를 파병한 것이 알카에다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
이번 자살폭탄테러가 한국인이 아닌 예멘 정부 요인을 노린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정부 당국자는 “테러범이 우리를 겨냥했는지, 아니면 호송 차량이 있기 때문에 예멘 정부 요인이 탔을 것으로 생각해 테러를 한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잇단 테러 공격이 최근 이 지역 알카에다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알카에다의 예멘 지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지부는 올해 1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로 통합해 나세르 알 와히시를 새 지도자로 지명했다. 알카에다의 활동이 확대되자 예멘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알카에다 용의자 30여 명을 체포했다. 그러자 알카에다는 2월부터 예멘 국민에게 정부에 대항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처럼 중동지역에서 알카에다의 테러활동이 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해 대응 강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의도가 무엇이든 한국인이 관련된 자살폭탄테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만큼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사건 수습에 주력했던 데서 벗어나 테러위협 대응 및 안전조치 강화로 대책의 방향을 바꿨다. 정부는 이날 재외공관과 한국 관련 시설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하는 한편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국제 공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예멘 정부와 협력해 테러의 배후세력을 색출함은 물론 △우방국 등과 테러정보 협조를 강화하고 △중동지역의 우리 공관과 주재국 간에 상시적인 협의체제를 구축하며 △다자 차원의 국제 테러방지 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알카에다 지시받은 테러범 소말리아서 훈련”로이터 통신
한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예멘 시밤 관광지 참사를 일으킨 자살폭탄 테러범은 소말리아에서 훈련을 받은 알카에다 요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예멘 시밤 폭탄테러는 알카에다 지도부가 아라비아 반도에서의 비(非)이슬람권 외국인을 공격하라는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멘 당국자는 또 테러범이 아프리카에서 알카에다의 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소말리아에서 훈련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예멘 치안 당국은 50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 용의자가 예멘 국내에 잠복한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고 아랍권 신문인 알 하야트가 17일 보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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