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착 의심만 받아도… 리처드슨 美상무장관 입각 철회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2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지난해 12월 3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새 행정부 상무장관에 공식 지명한 뒤 수락연설을 하는 주지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리처드슨 주지사는 한 달 만에 스스로 상무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지난해 12월 3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새 행정부 상무장관에 공식 지명한 뒤 수락연설을 하는 주지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리처드슨 주지사는 한 달 만에 스스로 상무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나 때문에 장관인준 늦어지면 안된다”

리처드슨 자진 포기

“그의 결정은 경제위기 극복위한 용단”

오바마는 전격 수용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상무장관으로 내정됐던 빌 리처드슨(61) 뉴멕시코 주지사가 특정 기업과의 유착 의혹에 휩싸이자 4일 스스로 상무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해 온 캘리포니아의 한 건설업체가 주정부의 150만 달러짜리 고속도로건설 사업권을 따낸 것과 관련해 지난해 여름부터 연방대배심의 내사를 받아왔다.

그는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성명을 내고 “나와 주정부는 모든 면에서 적절하게 행동해 왔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이번 조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이번 조사로 장관 인준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경제위기라는 엄중한 문제를 시급히 처리해야 할 당선인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다”고 자진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2010년까지로 예정된 주지사의 임기는 마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워싱턴에 입성한 오바마 당선인은 ‘깊은 유감’을 표시한 뒤 리처드슨 주지사의 결정을 수용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한 순간이라도 늦출 수 없는 상황에서 장관 인준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리처드슨 주지사가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 지명자를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신속히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슨 주지사의 낙마(落馬)에 대해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내각 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첫 번째 결함(crack)이자 경제 살리기 노력에 대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지난달 지명 직전 리처드슨 주지사에 대한 조사내용이 이미 당선인 측에 보고됐다”며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원의원 7선의 경력과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유엔대사와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리처드슨 주지사는 라틴계 인사로는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

오바마 당선인은 리처드슨 내정자가 쌓아 온 의회 인맥 등을 이용해 경기부양책을 위한 예산 배정 등에 대한 로비 임무를 맡길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대표적인 한반도통이기도 하다. 북한 초청을 받아 6차례나 방북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인은 모두 내 친구”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 지한파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연방대배심 조사가 끝난 뒤 그의 ‘컴백’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오바마 당선인도 “그가 조만간 국가와 행정부를 위해 봉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재기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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