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탄세일도 안먹혔다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연말 쇼핑객 24% 급감… 유통업계 파산사태 빨간불

여성의류 매출 23% ↓… 전자도 27%나

대형소매업체 25% 파산보호신청 위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은 미국인들에게는 가족과 친지에게 줄 선물이나 평소 구입을 망설이던 제품을 큰맘

먹고 사들이는 최대 쇼핑시즌이다. 미국 소매점 연간 매출의 40% 정도가 이때 이뤄진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올해 말에는 거의 모든 상점이 ‘폭탄세일’ ‘70% 가격 할인’ 등의 문구를 내걸고 소비자를 유인했지만 매출 실적은 사상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갑을 꽁꽁 닫은 미국 소비자들 때문에 상당수 소매점이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며 소매점 체인의 연쇄 파산이 미국 경제를 억누르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마스터카드의 소매판매 자료 제공업체인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연말 쇼핑시즌에 해당되는 11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까지 미국의 소매판매(휘발유와 자동차 제외)는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인 것으로 추정됐다.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여성 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으며 남성 의류 매출도 14% 줄었다. 전자제품 매출은 27% 떨어졌고, 귀금속을 포함한 럭셔리 제품의 매출은 35% 감소했다.

마이클 맥나마라 마스터카드 리서치 및 분석담당 부사장은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 (폭설 등) 비우호적인 날씨까지 겹치면서 올 연말 쇼핑시즌을 수십 년래 최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카고 소재 리서치업체인 쇼퍼트랙에 따르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상점을 방문한 미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이처럼 미국의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 브랜드나 소매점 체인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내몰린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나 파산전문 변호사들이 내년 초에 소매업계의 대규모 파산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전체 소매업체 중 10∼26%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산보호 신청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추산했다.

미시간 주 소재 컨설팅업체인 앨릭스파트너스는 그동안 자료를 축적해 온 대형 소매업체 182곳 중 약 25.8%가 내년 또는 2010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할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비율은 2006년에는 3.8%, 작년에는 7.3%였다.

국제쇼핑센터협회는 올해 미국 내 14만8000개의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내년엔 상반기에만 7만3000개의 점포가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낸시 코언 교수는 “내년 중반까지 소매점 점포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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