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시한폭탄 ‘째깍째깍’…피로 물드는 콩고민주 共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 5년만에 내전 다시 격화… 유엔 “인권 블랙홀”

다이아 - 구리 등 천연자원 풍부
인접국 개입 阿판 세계대전 겪어


자원개발 논의서 빠진 반군 반발
정부설립 둘러싼 종족갈등 한몫


난민 25만… 유엔軍도 손 못써
민간인 학살속 국제사회 무신경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풍부해 ‘검은 대륙의 진주’라고 불리는 곳, 전 세계에서 아마존 다음으로 큰 열대우림이 있는 곳, 그러나 내전으로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비극의 나라.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옛 자이르·옆에 있는 콩고공화국과는 다른 나라)이다. 이곳에 내전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반군은 물론 정부군까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살인과 성폭행에 나서면서 유엔은 12일 “콩고가 ‘인권의 블랙홀’로 전락했다”며 경고하고 있다.

▽콩고의 슬픈 역사=자원 배분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 종족 갈등은 1998년 내전을 촉발시켰다. 주변 9개국의 개입 속에 내전이 격화되면서 5년 동안 540만 명의 사망자, 20만 명의 난민을 낳았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으로도 불린다.

유엔 등이 개입하고 2003년 평화협정안이 체결되면서 내전은 끝나는 듯했다. 유엔은 콩고에 1만7000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유엔 주재하이기는 했지만 2006년 선거를 통해 조제프 카빌라 현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내전 재발의 원인=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투치족이 중심이 된 반군 측은 새로운 정부 설립 과정에서 투치족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반기를 들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종족 갈등이었다.

BBC방송에 따르면 르완다 대학살을 일으키고 콩고 국경 안으로 도망쳐 왔던 후투족들은 최근 콩고 반군과 종족이 같은 투치족을 자주 공격했다. 콩고 반군은 “정부군이 우리와 같은 종족을 공격하는 것을 방치했다”고 주장하면서 8월부터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권’ 문제도 걸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분쟁의 시작과 끝은 결국 자원 개발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라고 분석했다. 로랑 은쿤다가 이끄는 반군은 자신들이 배제된 채 정부가 최근 중국 측과 합의한 콩고 지하자원 개발권(약 50억 달러 규모)에 반발해 왔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외부 변수다. 콩고 정부는 반군이 국경지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르완다 투치족 정권의 은밀한 지원 속에 분쟁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앙골라는 반면 콩고 정부에 대한 지원 방침을 천명하면서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주변국들이 다시 콩고 내전에 끼어들면 콩고가 또다시 ‘살육의 땅’으로 바뀔 수 있다고 국제사회는 경고하고 있다.

▽피해 규모와 전망=외신들에 따르면 반군은 13일 동북부 전략 요충지인 카냐바용가 남쪽 10km 지점까지 진격했다.

2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 한 주 동안에만 5만여 명의 난민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엔평화유지군은 무기력하다. 외신들은 장비를 제대로 갖춘 유럽연합(EU) 소속 정예병력 1500명을 파견하는 방안을 유일한 돌파구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사정으로 영국 등이 소극적이어서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지체하는 동안 콩고에선 살인 약탈 성폭행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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