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러 권력 지각변동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上王’ 푸틴, 환율방어-주가부양 실패 위상추락

메드베데프, 방송 노출 순위 1위로 전격 부상

러시아 금융위기로 ‘상왕(上王)’ 역할을 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그의 수렴청정을 받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위상이 뒤바뀌고 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지난주 정치인의 TV 출연 횟수와 시간을 분석한 결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3개 중앙 방송사 전부에서 노출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8일 보도했다.

TV 뉴스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러시아에서 정치인의 TV 노출 순위는 권력 서열을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푸틴 총리는 올 5월 대통령에서 총리로 자리를 바꾼 이후에도 지금까지 노출 순위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 왔다.

특히 푸틴 총리가 지난달 금융위기 해결사로 나서 2000억 달러 구제금융 배분과 루블화 안정을 진두지휘할 당시 러시아 3대 방송사는 그의 발언을 매번 톱뉴스로 올렸다.

하지만 푸틴 총리의 얼굴은 지난주를 고비로 방송 화면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푸틴 총리의 잠수는 러시아 금융위기의 심화와 관련이 깊다고 시장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러시아 주간지 이토기는 “푸틴 총리가 천문학적 자금을 동원했지만 그의 처방은 모두 빗나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푸틴 총리는 외환보유액 1100억 달러를 털어 환율 방어에 나섰으나 루블화 가치는 석 달 전에 비해 18% 떨어졌다. 또 주가 부양을 위해 연금 펀드도 동원했지만 RTS 지수가 두 달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나는 등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푸틴 총리가 물밑으로 내려간 사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전면에 부상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부패 척결과 헌법 개정이라는 카드로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수렴청정 시대가 끝나면서 메드베데프 대통령 측근들이 푸틴 총리 시대의 참모들과 맞붙는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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