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 시대]유권자 표심 잡은 오바마의 ‘숨겨진 리더십’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백악관 앞 취임 준비내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5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인부들이 ‘대통령 사열대’를 만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백악관 앞 취임 준비
내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5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인부들이 ‘대통령 사열대’를 만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침착 어떤 난관 부닥쳐도 흔들림 없어

절제 원색적 비난에도 감정 안드러내

조화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이견 절충

“정치공학에 능한

마키아벨리 면모”

일부 비판 목소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통 화려한 연설 실력,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 인터넷과 젊은 세대를 공략한 선거전략 등을 꼽는다. 그러나 그만의 ‘숨겨진 리더십’도 표심을 잡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가 아닌 포커페이스형

오바마 당선인은 경쟁자의 공세에 시달려도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3일 유세 도중 외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눈물을 흘린 것이 유일했다. 어떤 난관에 부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은 지도자로서 신뢰감을 더해 주는 장점이다.

그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 도중 낙태 문제에 대해 “(오바마 후보는) 태아를 시술대 위에서 죽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해도 조용히 웃으며 응수했다. 감정싸움 대신 말과 생각으로 맞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4일 밤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행한 당선 연설에서도 감격에 벅찬 표정이나 행동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 씨는 그의 이 같은 점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거나 매케인 후보가 TV 토론에서 화를 억누르며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과 비교된다고 분석했다.

그의 절제된 성격을 반영하듯 오바마 캠프도 선거 기간 내내 철저한 분석과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나타냈다. ‘변화’를 강조한 선거 전략은 일관되게 유지됐으며 스태프도 교체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바마 캠프는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완벽하며 실수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연주자가 아닌 지휘자형

오바마 당선인의 학창 시절 친구와 교수는 그를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토론할 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모두의 의견을 흡수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또 동료들이 서로 대립하면 한쪽을 편드는 대신 토론을 조화롭게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각자의 주장을 절충하는 가운데 설득력 있고 감동적인 말로 마무리해 토론이 끝나면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도 특정인을 비난하지 않고 경쟁 후보와 공화당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도 최대한 삼갔다. 저서 ‘담대한 희망’에선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반대하면서도 “때론 그(부시 대통령)의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공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화려한 연주를 뽐내는 연주자가 아닌 지휘자형 리더십인 것이다. 자기 소리를 내지 않지만 각기 다른 주장을 절충해 적을 만들지 않고 멋지게 마무리한다.

대통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초선 상원의원 시절 바쁜 일정 중에도 하루 3, 4시간을 자면서 저술 활동에 몰두하는 등 치밀한 성격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그의 이 같은 점을 ‘(정치 공학에 능한) 마키아벨리 같은 면모’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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