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외국인 이틀째 “사자”… 키코관련 주가도 급등
패닉 벗어나 생기… 개인투자자는 의외로 차분
공포에 짓눌려 있던 한국 증시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란 대형 호재로 30일 크게 기지개를 켰다.
코스피 종목의 94%가 일제히 오를 정도로 이날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그동안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으로 피해를 많이 본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관련주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는 등 대부분 종목이 올랐다.
그동안 주가폭락으로 큰 시름에 잠겨 있던 투자자들도 차분한 가운데 증권사에 추가 상승 여부를 문의하는 등 패닉(심리적 공황)에서 벗어나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외국인과 기관 쌍끌이
오전 9시 증시가 문을 열자 예상대로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코스피는 개장한 지 1분 만에 67.86포인트(7.00%) 급등해 1,036.83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1,000 선을 돌파했다.
개장 직후 급등한 은행주들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오전 9시 34분에는 코스피가 992.89까지 하락해 장중 한때 1,000 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폭이 꾸준히 커졌다.
장 초반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오전 11시 3분부터 갑자기 ‘사자’로 돌아섰다.
상승폭은 더욱 커졌다. 외국인들은 이달 15일부터 28일까지 10거래일간 줄곧 주식을 팔아치웠고, 29일에도 88억 원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은 지수가 급등하자 그동안 공(空)매도한 종목을 되갚기 위한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이 나타나면서 장중 한때 102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후 12시 55분에는 전날보다 13%나 폭등한 1,094.89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가 급등으로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오전 한때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시장은 올해 들어 15번째이고, 코스닥시장은 14번째였다.
○대부분 종목 함박웃음
특히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로 이날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자 통화옵션상품 키코에 가입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닥시장에서 키코 관련주 대부분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최근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선 태산엘시디는 전날보다 120원(14.72%) 오른 935원에 장을 마쳤고, 의약기기 업체인 제이브이엠은 1350원(15.00%) 오른 1만350원에 마감됐다.
정부의 중기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이날 9개 은행이 24개 회사를 대상으로 343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한 것도 키코 관련주 급등에 호재로 작용했다.
항공, 여행, 철강주 등 환율 하락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종목들도 급등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현대제철, 포스코, 한국전력,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투자심리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23개 증권주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 19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23개 증권주 가운데 부국증권(―3.17%)만 유일하게 내렸다.
이런 가운데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크게 들뜨지 않았다. 교보증권 압구정지점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너무 큰 탓인지 의외로 차분했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추가 상승 여부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닷컴 이진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