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스와프” 코스피 상위 250개중 249개 ‘상승’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외환딜러가 환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외환딜러가 환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개장 1분만에 1,000돌파후 한때 13%까지 올라

외국인 이틀째 “사자”… 키코관련 주가도 급등

패닉 벗어나 생기… 개인투자자는 의외로 차분

공포에 짓눌려 있던 한국 증시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란 대형 호재로 30일 크게 기지개를 켰다.

코스피 종목의 94%가 일제히 오를 정도로 이날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그동안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으로 피해를 많이 본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관련주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는 등 대부분 종목이 올랐다.

그동안 주가폭락으로 큰 시름에 잠겨 있던 투자자들도 차분한 가운데 증권사에 추가 상승 여부를 문의하는 등 패닉(심리적 공황)에서 벗어나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외국인과 기관 쌍끌이

오전 9시 증시가 문을 열자 예상대로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코스피는 개장한 지 1분 만에 67.86포인트(7.00%) 급등해 1,036.83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1,000 선을 돌파했다.

개장 직후 급등한 은행주들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오전 9시 34분에는 코스피가 992.89까지 하락해 장중 한때 1,000 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폭이 꾸준히 커졌다.

장 초반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오전 11시 3분부터 갑자기 ‘사자’로 돌아섰다.

상승폭은 더욱 커졌다. 외국인들은 이달 15일부터 28일까지 10거래일간 줄곧 주식을 팔아치웠고, 29일에도 88억 원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은 지수가 급등하자 그동안 공(空)매도한 종목을 되갚기 위한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이 나타나면서 장중 한때 102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후 12시 55분에는 전날보다 13%나 폭등한 1,094.89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가 급등으로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오전 한때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시장은 올해 들어 15번째이고, 코스닥시장은 14번째였다.

○대부분 종목 함박웃음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250개 종목 가운데 1종목을 뺀 249개가 올랐다. 업종별로도 의료정밀(14.80%), 철강·금속(14.68%), 건설업(14.28%) 등 모든 업종이 상승했다. 코스닥시장도 97%가량의 종목이 올랐다.

특히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로 이날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자 통화옵션상품 키코에 가입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닥시장에서 키코 관련주 대부분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최근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선 태산엘시디는 전날보다 120원(14.72%) 오른 935원에 장을 마쳤고, 의약기기 업체인 제이브이엠은 1350원(15.00%) 오른 1만350원에 마감됐다.

정부의 중기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이날 9개 은행이 24개 회사를 대상으로 343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한 것도 키코 관련주 급등에 호재로 작용했다.

항공, 여행, 철강주 등 환율 하락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종목들도 급등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현대제철, 포스코, 한국전력,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투자심리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23개 증권주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 19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23개 증권주 가운데 부국증권(―3.17%)만 유일하게 내렸다.

이런 가운데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크게 들뜨지 않았다. 교보증권 압구정지점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너무 큰 탓인지 의외로 차분했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추가 상승 여부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닷컴 이진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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