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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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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속 케인스주의등 정책노선 ‘좌향좌’
유럽의 정계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좌향좌할 조짐을 보인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정치지도자들이 각각 케인스주의, 중상주의, 사회적 시장경제 등 그동안 ‘장롱’ 속에 있던 정책을 다시 꺼내들고 노선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 영국은 케인스주의
과감한 국가 개입으로 금융위기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 10년간 ‘제3의 길’로 달려온 노동당을 다시 왼쪽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아래서 노동당은 교육 보건 등의 분야를 제외하면 우파와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시장 논리를 표방하는 정당이 됐다. 3년 전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 주도로 ‘온정적 보수주의’를 외치며 마거릿 대처 시절의 냉정한 면모를 일신하려 하는 보수당과 서로 역주행을 해온 것이다.
그런 노동당이 이제 경제 분야에서도 국가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스 노선으로 돌아서고 있다.
○ 프랑스는 중상주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유방임은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지난해 취임 이후 왜곡된 국내 시장의 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고 그래서 ‘프랑스의 신자유주의’ 혹은 ‘프랑스의 신보수주의’로까지 불려 왔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의 기본 노선은 국가의 보호를 중시하는 중상주의다. 그가 재무장관 시절 에너지 기업 수에즈가 이탈리아 에넬에 매각되는 것을 저지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다시 중상주의적 색채를 강화하며 영미식 자본주의에 시비를 걸고 있다.
○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가 개입을 주저하다 막판에 수용한 독일의 집권 기민당에서도 새로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민당 원내대표 중 한 명인 위르겐 뤼트거스 노르트라인베르트팔렌 주총리는 “기민당이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회적 시장경제로 복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민당은 금융위기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가장 큰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한 뒤 지지도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으려 한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은 최근 사민당 총리 후보로 공식 선출된 자리에서 “금융위기를 계기로 사민당에 희망과 확신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