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로 서민 자살

  • 입력 2008년 10월 15일 19시 59분


금융위기와 경제난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서민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미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이달 6일 로스앤젤레스에선 45세의 한 전직 자금매니저가 아내와 세 자녀, 장모를 총으로 쏴 죽인 뒤 자살했다. 대형 회계회사에서 근무했으며 금융지주회사 지분 소유자였던 그는 수개월간 실직 상태였다.

사건 후 시 보건당국은 금융위기로 정신적 고통이 심할 때는 즉각 상담을 요청하라는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의회가 7000억 달러 긴급 금융구제안을 논의할 당시 의사당에선 1일 오하이오 주에서 발생한 90세 미망인의 자살 기도 사건이 소개됐다. 그 노파는 38년간 살아온 집에 차압증이 붙으려는 순간 총으로 자기 가슴을 쐈으나 목숨은 건졌다.

지난주 테네시 주에선 차압된 집에 경찰이 추방 통고문을 붙이러 오는 걸 본 57세 주부가 자살을 기도했다.

올 7월 매사추세츠에선 집이 차압당한 사실을 남편에게 숨긴 채 전전긍긍하던 주부가 집이 경매에 붙여지기 전날 그동안 가입해놓은 생명보험 증서들을 꺼내놓고 "빚 갚는데 써 달라"는 유서를 쓴 뒤 자살했다.

차압당한 집에 불을 지르고 자살하는 사례도 여러 건 보고 되고 있다.

올 6월 집계 기준으로 미국 내 최소한 400만 가구가 한 달 치 이상 모기지를 연체했으며 50만 채의 집이 차압됐다.

이번 경제난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통계가 나오려면 더 시간이 걸리지만 자살예방 상담기관들은 최근 들어 상담 건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마이애미에 있는 스위치보드는 올 들어 집 차압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을 500건 이상 받았다. 뉴욕의 상담전화인 사마리탄스는 상담 건수가 16% 늘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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