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구출’ 사령탑은 폴슨 美재무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5분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1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에 따른 금융시장 위기와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1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에 따른 금융시장 위기와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사상초유 2000억 달러 구제금융 투입 ‘금융위기’ 진화 나서

“만약 당신이 바주카(휴대용 대전차 로켓 발사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 당신은 바주카를 쓸 일이 없을 것이다.”

헨리 폴슨(62) 미국 재무장관은 7월 의회에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확대와 주식 매입 권한을 요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비상용이며, 정부가 뒤에 있다는 걸 알면 시장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폴슨 장관은 약 2개월 후인 이달 7일 바주카를 빼들었다. 2000억 달러(약 230조 원)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한 것.

AIG 구제-메릴린치 인수 주도

‘월가 구출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폴슨 장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06년 7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세 번째 재무장관에 취임한 폴슨 장관은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1974년부터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며 월가에서 잔뼈가 굵었다.

현재 폴슨 장관 뒤에서 정책자문을 해 주는 태스크포스 성격의 ‘폴슨 팀’에도 골드만삭스 출신이 4명 포함돼 있다.

특히 24시간 그와 동행하는 짐 윌킨슨 비서실장을 포함해 기업구조조정 전문가인 스티브 샤프런 씨와 금융회사 구조조정 전문가인 댄 제스터 씨는 폴슨 장관의 오른팔과 왼팔로 활동하면서 그를 돕고 있다.

그가 수천만 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재무장관이 됐을 때 시장은 ‘마침내 금융을 아는 적임자가 왔다’고 환호했다. 전임자인 폴 오닐과 존 스노는 각각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와 철도회사인 CSX의 최고경영자 출신.

부시 대통령의 재무장관직 제안에 폴슨 장관은 경제정책에 대한 전권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원하는 대로 ‘힘 있는’ 장관이 됐다.

올해 초 1680억 달러의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를 주도한 것도 그였다. 3월 파산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를 JP모간체이스에 인수하도록 하면서 29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도록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설득했다.

그는 메릴린치에 대해서도 리먼브러더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매입 제안에 응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G에 대한 구제금융도 그와 벤 버냉키 FRB 의장의 합작품.

“세금 낭비-위기 증폭” 비판도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폴슨 장관이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미국 금융시장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의 성공 여부에 글로벌 경제의 운명이 달려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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