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장’ 공사 굉음만 가득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상반기 기반공사 끝낼듯

■ 9·11테러 7주년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 가다

“매일 2000여 명의 인력이 2교대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9일(현지 시간) 7년 전 9·11테러 공격으로 잿더미가 됐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사진)’ 공사 현장.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만 16에이커(약 1만9500평) 넓이의 현장 곳곳에선 수십 대의 타워 크레인과 중장비가 굉음을 내고 있었다.

‘새로운 로어 맨해튼 건설(Rebuilding New Lower Manhattan)’이라고 새겨진 안전모를 착용한 수백 명의 인부는 지하 20m 깊이 아래에서 기반공사를 벌이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3개의 초고층 사무용 타워와 9·11메모리얼 뮤지엄, 프리덤 타워 등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아직도 기반공사가 끝나지 않아 건물의 형태는 드러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직도 커다란 지하공간만 보였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인부들은 ‘공사 진행이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른 공사에 비해 시간과 공을 훨씬 더 많이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모리얼 뮤지엄 현장 작업을 책임진 ‘디자인 앤드 컨스트럭션’의 루 멘데스 부사장은 “이곳에서만 500여 명이 하루 10시간씩 2교대로 일하고 있다”며 “현재 공사 진척도는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기반공사가 마무리돼 공사 현장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스 건물 시공사 실버스타인 프로퍼티스사의 래리 실버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현장 공개에 앞서 200여 명의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갖고 “2012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스타인 CEO는 세계무역센터 자리를 99년간 32억5000만 달러에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06년 5월 그라운드 제로 북편에 52층짜리 ‘제7 세계무역센터(WTC)’를 완공했고, 현재 70억 달러를 들여 3개의 오피스건물을 짓고 있다.

그는 “이곳이 완공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주거,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극의 현장’이 ‘맨해튼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당초 2011년 완공할 계획이었던 ‘프리덤 타워’는 아직까지도 현재 커다란 크레인만 덩그렇게 서 있을 뿐 언제쯤 완공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당초 시공 계획 단계에서부터 논란을 거듭하다 불과 3년 전에 건축승인이 떨어졌고, 건축권은 실버스타인사에서 뉴욕 항만청으로 넘겨져 현재 다른 건설업체에서 공사를 맡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뉴욕 경찰과 건축업자들 사이에 철통 경비 규정을 놓고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보안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뉴욕 경찰 당국은 진출입로 모든 곳에 차단막을 세워 놓고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업자와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나친 규제는 이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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