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10세… 팔려가는 예멘 신부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16만원에 조기결혼도… 결혼 최저연령 법에 없어 사회문제로

올해 12세의 예멘 소녀 림 양은 두 달 전 갑작스럽게 30세의 사촌 오빠와 결혼식을 올렸다. 림 양은 “신부 화장을 하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웨딩드레스를 태워버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결혼한 뒤 두 번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9세 아르와 양과 10세 누주드 양도 올봄 결혼을 했다. 가난에 시달리던 아르와 양의 가족은 단돈 150달러(약 16만 원)를 받고 팔아버렸다. 누주드 양도 마찬가지. 30세의 남성에게 넘겨진 그는 결혼 첫날부터 성적 학대와 구타에 시달렸다.

중동의 가난한 국가 예멘에서 이처럼 어린 소녀들이 조기 결혼을 강요당하고 있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학 연구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예멘의 신부 중 약 절반이 18세 이하”라고 전했다. 농촌 지역에서는 여성 평균 결혼 연령이 12, 13세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예멘에서 조기 결혼이 만연한 것은 잘못된 관습과 가난 때문이다. 예멘 사람들은 이슬람 성전 코란에 결혼 가능 연령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해석하며, 어린 소녀가 결혼해 성장하면서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을 전통으로 여긴다.

법에도 결혼 최저 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예멘 의회는 결혼 최저 연령을 18세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관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또 예멘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300달러로 중동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최근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조기 결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우려했다.

남편에게서 도망쳐 나온 림 양은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한 뒤 숨어 살고 있다. “아버지는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하지만 나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나는 너무 어리다”고 림 양은 토로했다. 아르와, 누주드 양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혼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에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소녀들의 삶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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