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기술자립이 최우선”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시장 챙긴 외국투자기업들

기술이전 기피에 불만 표출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자주 창신(創新) 능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며 과학기술 분야의 독립과 자력갱생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이날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이 2년마다 개최하는 양원(兩院) 합동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1949년과 1994년 설립된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은 각각 원사(연구원) 699명과 919명을 거느린 중국 최고의 과학기술 및 공정(엔지니어링) 분야 국책 연구기관이다.

후 주석은 “국민경제와 국가안보를 떠받치는 핵심 기술은 우리의 자주 창신 노력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며 “기술자립을 모든 과학기술 업무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술자립을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좋고 빠른(又好又快)’ 경제발전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후 주석의 ‘기술자립’ 선언은 그가 불과 2년 전 같은 회의에서 한 발언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2년 전 양원 합동회의에서 “외국의 경험과 기술을 들여오고 이런 과정에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스스로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가 실시해 온 ‘시장과 기술의 교환(市場換技術)’ 정책에 대해 후 주석이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고 24일 해석했다.

즉, 외국 투자기업에 중국 시장을 내주는 대신 첨단기술의 이전을 바랐지만 결과적으로 시장만 내주고 기술은 얻지 못했다는 판단이라는 것. 따라서 앞으로 중국 정부의 연구개발(R&D) 관련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그런 한편으로 후 주석의 발언은 그동안 중국이 이룩한 과학기술 능력을 바탕으로 노력하면 선진국에 뒤질 것이 없다는 자신감의 표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후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유인우주선과 달 탐사 위성 발사, 농업유전자 연구, 칭짱(靑藏)철도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성취한 기술로 중국이 이미 ‘개발도상국 중 선두’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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