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퇴직관료 ‘관료국가 바꾸기’ 팔 걷었다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관료국가’로 불려 온 일본에서 퇴직 공무원들이 싱크탱크를 만들어 현직 공무원들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16일 아사히신문은 이른바 ‘관료국가 일본을 바꾸는 전직 관료의 모임’이 8월 하순 임시국회 전에 설립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관료 주도의 정치에 비판적인 전직 공무원들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현직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을 감시해 공무원들이 정책 핵심을 빠뜨린 부분이나 왜곡한 부분을 짚어 내겠다는 것.

모임의 대표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의 비서관이었던 에다 겐지(江田憲司·무소속) 중의원의원이 맡는다. 하시모토 전 총리는 재직 당시 일본 중앙부처를 절반으로 줄이는 행정개혁을 추진했다.

회원 자격은 낙하산 인사 등 출신 부처의 지원을 받지 않은 전직 공무원으로 하며 특정 정치노선과의 연결을 막기 위해 기성 정당 소속 정치인은 배제할 예정이다.

현재 참가를 표방하고 나선 전직 공무원들은 옛 통산성 출신인 에다 의원을 비롯해 대부분 문부과학성, 재무성, 옛 운수성, 옛 건설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등 출신의 40, 50대들이다. 현 직업은 대학교수가 가장 많고 지방자치단체장, 공공단체 임원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스미가세키’(도쿄 관청가의 지명으로 일본 행정부를 일컫는 별칭)에 대항하는 싱크탱크 설립이 이들의 목표다. 설립 취지문에는 ‘많은 정치인이 관료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다’라는 지적이 삽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가스미가세키 개혁이 일본 정계의 이슈가 될 경우 이들의 움직임이 정계 재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공무원 사회는 한때 국가 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공무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핵심이 빠진 정책들이 양산돼 개혁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낙하산 인사나 예산 낭비, 비효율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장관 등 정치인이 맡는 자리는 교대가 빈번해 관청의 정책이나 사업, 행정 실무에 정통하기 어렵기 때문에 ‘칸막이식 운영’으로 부처별 이해관계를 유지해 온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대처할 경우 손을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고 문제를 꿰뚫어볼 수 있는 것은 공무원을 해본 사람밖에 없다”는 게 모임 주도 인사들의 논리다.

6일 일본 국회를 통과한 국가공무원제도개혁기본법도 공무원 사회의 횡포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짙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안은 내각이 부처 간부 인사를 일원 관리하게 해 정치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칸막이식 관료기구와 관료 주도 체제를 견제하도록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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