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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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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 펑타이(豊臺) 구의 세계공원이 하이드파크의 ‘연사의 모퉁이’처럼 활용될 예정이라고 홍콩의 밍(明)보가 최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시는 세계공원을 ‘상방인(上訪人)’들이 마음 놓고 불만을 털어놓고 항의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 예정이다. 상방인이란 갖가지 억울한 사연을 품고 중국 전역에서 베이징으로 올라온 민원인을 말한다.
중국 언론은 이 같은 조치가 인권 존중과 인민을 근본으로 삼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 외국인이 많은 곳에서 기습시위를 벌이지 못하도록 상방인들을 이곳에 가두어두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공원은 도심에서 서남쪽으로 16km 떨어진 곳으로 시내라기보다는 교외에 가깝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부터 베이징 시내에서 보이는 상방인들을 모두 강제로 이곳에 데려다놓을 예정이다.
베이징 시는 평소에도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및 국무원 사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사저, 외국 대사관 구역을 ‘4지구’로 지정해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올해는 올림픽경기장이 추가돼 시위 전면 금지구역이 ‘4+1지구’로 확대됐다.
베이징 시 정부는 이들 구역에서 상방인이 시위하다 적발될 경우 모든 책임은 상방인 고향의 공안에 있다며 베이징에 소재한 각 지방 사무소에 상방인을 붙잡아 고향으로 돌려보낼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2000명 수준인 상방인들이 대형 정치행사나 국제행사가 있을 때는 1만 명까지 늘어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올림픽 때도 상방인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공원은 전체 면적이 46.7km²로 1993년 10월 중국 정부가 1억5000만 위안(약 225억 원)을 들여 백악관과 개선문 등 전 세계 50여 개국의 109개 명승고적을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해 만들어 놓은 곳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