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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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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펀드 안만들고
편법투자 안하고…
‘사와카미 펀드’ 운용 日사와카미 대표
“10년뒤 사회발전 시킬 종목들에 관심, 경제 성장한다는 믿음으로 장기투자”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 사와카미투신운용의 사와카미 아스토(61) 대표가 1999년 이 회사를 차렸을 때 그의 머릿속은 이러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1970년부터 30여 년간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그는 ‘젊어서는 일하느라 고생하고, 은퇴 후에는 비싼 물가 등으로 힘겨워하는’ 일본의 샐러리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사와카미 펀드’를 만들었다.
1999년 운용자산 16억3000만 엔(약 163억 원)으로 출발한 이 펀드는 현재 2407억1300만 엔(약 2조4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일본 내 주식형 펀드 중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래에셋 빌딩에서 사와카미 대표를 만나 ‘펀드의 주인은 투자자’라는 그의 펀드운용 철학과 성공비결을 들었다.
사와카미 펀드는 은행, 증권사 등 다른 판매사를 이용하지 않고 사와카미투신운용이 고객에게 직접 펀드를 판매한다. 그 덕분에 투자자는 연간 순자산총액의 1.5∼2% 선인 판매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사와카미 대표는 “판매채널을 늘리면 판매사들이 수수료 수입을 위해 잦은 환매, 신규 가입을 장려하기 마련”이라며 “결국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와카미 펀드는 기존 투자자들의 입소문으로 신규 투자자를 모으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와카미 대표는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때 단기 실적이 좋은 기업보다 “10년 뒤 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업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재 실적은 안 좋더라도 지구온난화 방지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그는 “1999년 정보기술(IT) 거품이 일었을 때 IT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주, 중공업주에 투자했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IT 벤처기업들은 망했지만 내가 투자한 종목은 10배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사와카미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경제는 반드시 성장한다”며 “투자 후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10년 또는 20년 뒤 그 돈이 꼭 필요할 때 찾으면 금액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펀드는 복리효과가 있어 장기투자를 할수록 수익률이 빠르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사와카미 대표는 사와카미 펀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유사 펀드를 만들지 않고 단 하나의 펀드만 운용하고 있다.
그는 “펀드를 운용할 때 우량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에, 굳이 여러 개의 펀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펀드매니저도 그와 그의 아들, 단 두 명이다.
투자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그는 “투자는 꿈과 희망”이라고 답했다. 개인에게는 미래의 여유로운 삶을 보장해주고, 기업에는 미래의 사업을 위한 원천을 마련해준다는 뜻이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