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그때가 ‘마(摩)의 열하루’였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20시 29분


"돌이켜보면 그때가 '마(摩)의 열하루'였다. 잠깐 방심한 짧은 기간에 모든 걸 망쳐버린 것이다."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경선 캠프 관계자는 20일 본보 기자에게 이 같이 털어놓았다.

그가 말한 '마의 11일'은 2월 9일에서 19일까지를 뜻한다. 이 기간은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2월 5일 슈퍼화요일 경선이 끝난 뒤 누구도 크게 주목하지는 않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11일간 치러진 루이지애나 메인 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 DC 등 군소지역 10곳의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는 전승(全勝)을 거뒀다. 그 결과 2월 19일 밤 현재 두 후보간의 선출직 대의원 격차는 161석이 됐고 그뒤 힐러리 후보는 이를 만회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큰 관심 속에 22개 주와 1개 보호령이 동시에 경선을 치른 슈퍼화요일 승부에선 오바마 후보가 13곳을 이겼지만 사실상 무승부였고, 이에 앞선 1월에도 엎치락 뒷치락 승부가 이어졌다.

사실 슈퍼화요일 직후는 힐러리 캠프가 상당한 내홍을 겪던 기간이었다. '오바마 후보를 직접 겨냥한 강공이냐, 정책대결이냐'등 전략을 놓고 캠프내부에서 격론이 일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다소 '반짝 현상'이었던 측면도 있지만 이 기간 중 백인 남성 등 취약 계층에서 지지도를 크게 올리며 외연을 넓혔다. 전국 여론조사 지지도도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전통적으로 남부로 간주되는 버지니아에서의 압승은 오바마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믿음을 더해준 결정적 승부였으나 당시 힐러리 캠프는 이를 어느 정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2월 19일 이후의 성적은 오히려 힐러리 후보가 더 좋았다. 20일 켄터키와 오레곤 경선을 합쳐 2월 19일 이후 13차례의 경선에서 힐러리 후보는 7승 5패 1무승부를 기록했다. 20일 경선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11개 지역에서 400대 399로 선출직 대의원 확보수에서 막상막하였다. 오바마 후보가 담임목사 발언 파문 등의 영향으로 곤욕을 치르는 사이 지지도 격차도 오차범위까지 따라잡았었다.

이처럼 잠깐 방심한 기간에 헤어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진 것은 공화당 주자였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까지 부동의 1위 후보로 여겨졌던 그는 대선전 개막 이벤트인 1월 3일, 7일의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을 "나는 큰 지역에 집중한다"며 경시하다 순식간에 최하위권으로 추락해 탈락했다.

당시 공화당 캠프 관계자는 "잠시라도 졸면 추락해버리는, 순식간에 판세가 요동치는 21세기 대선전의 특징을 경시했다"고 한탄했다.

<19901068|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기자>901068|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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