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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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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측 “일부 영상 삭제하라”… 논란 지속될 듯
A급 전범을 합사한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가 3일 논란 끝에 도쿄(東京)의 한 극장에서 개봉됐다.
우익단체의 항의소동을 우려해 상영계획을 취소하는 영화관이 잇따라 당초 예정보다 3주 늦게 첫 상영이 시작된 것.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은 일본 경시청이 영화관 입구와 주변에 경찰관과 경찰차량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영화관 측도 스크린 양쪽에 제복 차림의 경비원을 앉히고 객석 맨 앞줄을 비워 두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려했던 소동이나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첫날 흥행도 순조로웠다.
이날 ‘야스쿠니’를 상영한 시부야(澁谷)의 ‘시네 어뮤즈’에는 1회 상영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반보다 3시간 반이나 이른 6시경부터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오전 9시 반경에는 약 350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오후 2시 반경에는 야간(8회) 상영분까지 모든 표가 매진됐다.
현재 영화 ‘야스쿠니’ 상영을 결정한 곳은 전국 23개관. 오사카(大阪)에서는 10일, 교토(京都)에서는 다음 달 7일 개봉될 예정이다.
중국인인 리잉(李纓)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군대용 칼인 ‘야스쿠니도(靖國刀)’를 만들어 온 한 장인(匠人)의 ‘전쟁과 신사를 둘러싼 복잡한 생각’을 축으로 전개된다.
영화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나 군복 차림의 남자들이 집단으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모습, 식장에 난입한 청년이 난투극에 말려들어 피를 흘리는 모습 등도 나온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대부분 “반일(反日)영화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왜 상영 거부 논란이 일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관객은 “외국인을 위해 야스쿠니 문제를 알게 쉽기 다룬 교과서 같다”고 논평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한편 이 영화의 무대가 된 야스쿠니신사는 “리 감독 측이 허가를 받지 않고 촬영한 영상이 포함돼 있다”면서 일부 장면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신사 직원이나 참배객을 담은 영상도 개개인의 허락을 받지 않았으면 지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리 감독 측은 야스쿠니신사의 요구에 “신사를 촬영한 뉴스영상 등에 비치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허락을 얻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